미디어 속에서 시작된 여성 서사
"소녀여, 목소리를 높여라."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던 2007년, 자주 봤던 공익 광고의 문구였다. 사회 분위기도 그러했다. 2008년 11월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가 대결 구도를 펼쳤고, 국무장관에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콘돌리자 라이스가 있었다. 여성으로선 매들린 올브라이트에 이어 2번째 국무장관이었다.
10대의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2010년에 돌아온 한국의 미디어 속은 여전히 신데렐라 지향 사회였다. <시크릿가든>, <파스타>가 대표적이었다. 힘들지만 울지 않고 늘 씩씩한 캔디 형 여주인공, 그리고 그런 그녀를 구해주는 백마 탄 왕자님 형 남주인공까지. 미디어 속의 여성들은 자신을 구해 줄 남성들을 향해서만 speak up 하고 있었고, 그럴 자격은 '예쁜' 신데렐라들에게만 있었다.
2019년. 강산이 바뀐다는 10년이 거의 지났다. 2020년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에야, 한국에서도 '여성 서사 시대'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의 드라마들은 그야말로 여성시대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멋진 '여성 직장인들'의 세계를 묘사했다. <동백꽃 필 무렵>또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으며, 나약해 보이지만 전혀 나약하지 않은 '동백이'캐릭터를 그려내고 있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단오'는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씩씩한 소녀'다.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는 현재 사회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가장 민감한 지표다. <시크릿가든>에서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로 넘어온 지금, 변하는 시대만큼이나 고조되는 갈등도 느낄 수 있다. 이를 테면, '젠더 갈등'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전망하듯, 이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의 미디어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성 평등에 기반한 자아를 형성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 그런 흐름이 지속되면 미래는 좀 더 건강한 '성 평등'사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