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의란 무엇인가_마이클 샌델
7장. 소수집단우대정책 논쟁
일자리와 기회는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보상일까?
롤스는 "뛰어난 재능을 타고날 자격이 있다거나 애초부터 사회에서 유리한 출발선에 설 자격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했다. 우리의 장점을 높게 쳐주는 사회에서 살게 된 것도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그저 행운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성공한다."라고 사회는 끊임없이 외친다. 성공을 우리 노력의 결과로 여길수록, 뒤처진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격 논쟁에서 정의 논의를 완전히 배제해버리기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흔히 정의는 영광과 관계되기 때문이다. 분배 정의에 관한 논쟁은 누가 무엇을 갖는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영광과 포상을 얻는 데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둘째로, 사회조직이 자체적으로 사명을 결정한 뒤에야 비로소 무엇이 능력으로 인정받는지 정해진다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학교, 대학, 전문직, 공직 등의 사회 조직은 사명을 멋대로 정할 수 없다. 어느 사회조직이건 적합한 선이 있으며, 조직의 역할을 할당할 때 이러한 선을 무시하면 자칫 타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당 책에서는 입학 허가 서신과 거절 통보 서신을 다음과 같이 보내야 한다고 적는다.
친애하는 홉우드 씨에게.
귀하의 입학 지원이 거절되었음을 알려드리게 되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번 결정에 귀하를 모욕할 의도는 전혀 없었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귀하께서 귀하가 제공할 자격이 필요치 않은 사회를 만난 것은 귀하의 잘못이 아닙니다.
(중략)
친애하는 합격생 여러분께.
귀하의 입학이 허가되었음을 알려드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귀하께서는 지금 이 순간 사회에 필요한 특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귀하께 법을 연구하도록 허가함으로써, 귀하께 귀하의 자산을 사회 이익을 위해 이용하도록 제안하는 바입니다.
귀하는 축하받아 마땅합니다만, 그것은 귀하께서 입학에 필요한 자질을 소유할 당연한 자격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복권 당첨을 축하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귀하는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특성을 갖게 된 행운아입니다.
(중략)
그러나 대학은 합격 통보에 많은 축하와 영광스러운 수사를 담는다. 저자는 이에 대해, 특정한 목적을 실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특정한 미덕에 영광과 포상을 안겨주는 게 사명이라는 생각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적는다.
대학의 목적은 무엇일까?
대학이 정한 사명과 그에 따른 기준으로 지원자들을 판단한다면, 누구에게든지 그 공정성은 확보된다. 하지만 통제를 벗어난 너무도 많은 요소들이 입학 심사에서 고려되고 있다. 그래서 위의 기준들은 너무도 허술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대학의 목적은 교육과 연구로 공동선에 기여하는 것이다. 최근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학위나 교육을 상품처럼 파는 행위는 타락이다. 교육과 연구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후원금 모금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재력이 입학 심사를 좌우한다면 대학은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로부터 멀어지고 만다. 바로, 학문 추구와 시민의 기대 부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