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누가 어떤 자격을 가졌는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무엇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이며 그 능력이나 자격의 근거는 무엇일까. 이는 분배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달렸다.
정의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대상과 그것이 할당될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동등한 사람들에게 동등한 것들이 할당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플루트를 분배한다고 해보자. 누가 최고의 플루트를 가져야 하는가?
아리스토텔레스는 대답한다.
최고의 플루트 연주자가 가져야 한다고.
정의는 능력에 따라, 우수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된다. 플루트 연주의 경우 능력이란 플루트 연주 실력이다. 만약 정의가 재산, 타고난 신분, 외적 아름다움, 우연(제비뽑기) 같은 기준에 따라 차별 적용된다면 부당한 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추론 방식은 목적론적 추론의 예를 보여준다. 플루트의 목적은 뛰어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이 목적을 가장 훌륭히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 최고의 플루트를 가져야 한다. 이처럼 재화를 공정하게 분배하려면 해당 재화의 텔로스, 즉 "목적"을 물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시민을 양성하고 좋은 자질을 배양하는 것이 정치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즉, 시민의 미덕을 키우는 것이며, 사람들이 고유의 능력과 미덕을 개발하게 만드는 것이다. 공동선을 고민하고, 판단력을 기르며, 시민 자치에 참여하고,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걱정하게 하는 것이다.
그는 "함께 살아도 떨어져 살 때와 교류 의식이 달라진 게 없다면" 그 연합은 진정한 정치 공동체가 아니라고 말한다. "폴리스의 목적과 목표는 좋은 삶이며, 사회생활의 여러 제도는 그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
"이러한 성격의 연합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사람"은 바로 시민의 미덕이 탁월한 사람, 공동선을 숙고하는 데 가장 뛰어난 사람이다. 최고의 부자도, 다수도, 가장 잘생긴 사람도 아닌, 시민의 자질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 정치적으로 인정받고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그는 정치의 목적이 좋은 삶의 구현이라고 했다. 따라서 최고 공직과 영광은 시민의 미덕이 가장 뛰어나고 무엇이 공동선인지를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한 사람이 최고 공직과 영광을 누려야 하는 이유는 그저 현명한 정책을 실행해 모든 사람을 잘살게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치란 어느 정도는 시민의 미덕에 영광과 포상을 안겨주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민의 자질이 가장 뛰어난 사람을 대중이 인정해준다면 좋은 도시의 본보기를 제시한다는 교육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정의에서 목적과 영광이 어떻게 함께 나타나는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