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추천하는아나운서 Sep 20. 2020

[명작읽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_프랑수아즈 사강

그 남자/그 여자의 마음을 얻는

소개팅에서 성공하는 대화법, 처음 만난 사람에게 호감 얻는 대화법은 어떤 게 있을까.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조사에 따르면, 성공적인 소개팅 대화 방법 중 1,2순위는 '서로의 공통점 찾기''양방향 대화하기'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대화할 때 말하는 시간의 약 60%가량을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쓴다. 나머지 40% 또한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방이 아닌 제삼자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궁금해하며 공감해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책 속의 여성()서른아홉의 평범한 직장인 여성이다. 현재 만나는 남자(로제)와는 오래된 연인이다. 그는자주 다른 여성들과 밤을 보내며, 가끔 을 만나러 오며 종종 연락다.  는 그녀에 대해 어떤 것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그녀를 제대로 봐주는 남성, 그것도 14살이나 어린 시몽이라는 새로운 남성이 나타났다. 그녀에 대해 궁금해하면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물론 그녀는 스탕달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고, 실제로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고 여겼다.
그것은 그저 하는 말이었고,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어쩌면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뿐인지도 몰랐다.
아무튼 경험이란 좋은 것이다. 좋은 지표가 되어 준다.
스무 살 때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누구에겐가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_책 중


면접을 준비할 때마다 어려웠던 질문들이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당신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너 스스로를 알라'.


가장 기본적이지만, 어쩌면 가장 어려운 질문이고, 그래서 회피하며 살고 있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삶 속에서 늘 되뇌이지만 피하고 있었던 어떠한 질문을 타인으로부터 받을 때면 당혹감과 동시에 감사함이 들 수 있다. 바쁜 생활을 보내던 중에 하늘을 보면 느끼게 되는 '환기'의 느낌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의 여자 주인공 이 남자 주인공 시몽에게 빠져들었던 건, 그의 잘생긴 외모나 젊은 나이, 좋은 직업보다는 그가 그녀에게 가져준 '관심'이 아니었을까.


그녀의 연인 로제는 가끔 그녀의 살결만 탐했을 때, 시몽은 그녀에게 온전한 관심을 가져주었다.


우리는 종종, 가장 중요한 나; 스스로를 잊고 산다. 그의 '관심'그런 그녀로 하여금 답답했던 생활을 '환기'시키도록 해주었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본인을 위한 시간을 갖도록 해주었던 것.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책 중, 시몽이 폴에게.





소설의 마지막은 다소 당혹스럽다.

은 자신에게 전적으로 관심 가져주는 시몽과 이별을 선언하고

여전한 로제를 선택하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린다.


"시몽, 시몽." 그런 다음 그녀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이렇게 덧붙였다.
"시몽, 이제 난 늙었어. 늙은 것 같아......"
 (...)
그는 스물다섯 살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문을 닫고 거기에 몸을 기댔다.

저녁 8시,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기도 전에 그녀는 로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미안해. 일 때문에 저녁 식사를 해야 해. 좀 늦을 것 같은데......"


오늘은 보지 못하겠다며 약속을 취소하는 로제의 전화로 소설은 끝이 난다.

은 14살의 나이 차이에서 온 타인들의 시선을 극복하지 못한 걸까.


소설이 끝나고 이어진 '작품 해설'에서는 사강이 [노년]에 대해 일컫은 정의가 이어진다.


"욕망을 실현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때,
더 이상의 만남이 불가능해지는 때,
머릿속에서 분방한 생각들이 오가는 가운데 아침 추위로 이가 딱딱 부딪히는 때. "


사강은  '늙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있어서 새롭지만 좋은 사람인 시몽을 만나는 것도, 그를 욕심내는 것도 모두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렸던 걸까.


소설 속에서 폴은 결국 로제를 선택했다. 시몽과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고, 로제와 만났던 시간에 정들어서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현실 속에서 비슷한 조건으로  로제시몽을 만났다면 시몽을 택했으리란 것은 느껴진다. 그리고 로제를 택한 폴이 이후에도 시몽을 종종 떠올릴 것이라는 것도.


그래서 시몽의 대화법, 시몽의 타인에 대한 태도는 눈여겨볼 만했다.

그리고 그런 시몽을 택하지 않은 은 그저 그녀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서로만 비춰보였다.

적어도 내게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