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그 여자의 마음을 얻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물론 그녀는 스탕달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고, 실제로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고 여겼다.
그것은 그저 하는 말이었고,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어쩌면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뿐인지도 몰랐다.
아무튼 경험이란 좋은 것이다. 좋은 지표가 되어 준다.
스무 살 때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누구에겐가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_책 중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책 중, 시몽이 폴에게.
"시몽, 시몽." 그런 다음 그녀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이렇게 덧붙였다.
"시몽, 이제 난 늙었어. 늙은 것 같아......"
(...)
그는 스물다섯 살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문을 닫고 거기에 몸을 기댔다.
저녁 8시,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기도 전에 그녀는 로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미안해. 일 때문에 저녁 식사를 해야 해. 좀 늦을 것 같은데......"
"욕망을 실현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때,
더 이상의 만남이 불가능해지는 때,
머릿속에서 분방한 생각들이 오가는 가운데 아침 추위로 이가 딱딱 부딪히는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