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sser panda Jun 21. 2021

N잡러 이팀장 ㅡ 20

20. 무대

“장기는 내가 잘하는 거 하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거 말고. “


워크숍의 주최자 경리과장의 말이다.


그래 내 18번이 장기인 거다.


나에게 편한 게 가장 좋은 거다.



장소를 어디로 할지 정한다며 인터넷에 올라온


펜션을 검색해서 몇 군데 보여준다.


선택권이 드디어 생겼다.


전에는 한 군데 정해서 갔는데 이제 2군데 중에


고르란다. 숙소, 식사, 관광지 다 선택이 가능하다. 장족의 발전이다.


장소는 최대한 서울이나 집과 가까운 곳이면 좋겠고 이왕이면 숙소는 방음과 전망이 좋았으면 한다.


홈페이지에 그래도 평이 좋고 깨끗해 보이는 숙소를 다수결로 골라서 워크숍 준비는 끝났다.


경리과장은 워크숍 때 간식거리와 야식을 사기 위해 일하고 있는 신대리를 데리고 마트로


같이 가서 자기가 먹고 싶은 야식메뉴를 사고 법인카드 포인트는 자기 것으로 쌓는다.



워크숍이 있던 날 운동복 차림으로 나타난 경리과장.


모두가 놀람을 금치 못했다.


친한 차장이 “운동복을 입고 오면 어떡하냐고.”


한 마디 했다. 하지만 아무런 개의치 않는 과장이었다.


숙소 바로 옆 지하에 있던 가라오케가 노래방이라고 해서 여러 무리 지어


들어가 보니 안에는 5~8명이 모일 수 있는 방이 네댓 개에


4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무대가 있는 단란주점 같은 곳이었다.


주인이나 직원은 아무도 보이지 않아서


모두가 모여서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고 있었다.


50대는 훌쩍 넘어 보이던 짙은 화장의 사장인 듯한 여자가 문이 없는 큰 무대가 있는 방으로 오라고 해서 듬성듬성 앉아 있었다.


하나 둘 선곡을 하고 신입부터 지명 반 권유 반 신나는 트로트의


꺾임과 흥을 돋우는 리듬을 보여주었다.


갑자기 주인처럼 보이는


그 마담은 가라오케 같은 무대에서 온 힘을 다해 스탠드 마이크를 기둥 삼아


우리에게 노래와 춤을 보여줬다.


“넌 내게 빠져. 넌 내게 미쳐. 우우~”


아니 저건 흡사 흥이 나서 창을 하는 듯한 느낌의 곡과 기계적인 춤사위가 접대 맞춤형 준전문적으로 연습한 실력이었다.


처음에 전주곡이 나올 때부터 설마설마했는데 남자 아이돌의


노래라니 다들 믿기지 않아 입을 벌리고 어안이 벙벙해했다.


그러다가 당황스러운 웃음을 애써 숨긴 채 중성적인 허스키 보이스와


열정적인 춤과 흥을 돋우려는 노력에 박수를 치며 응원을 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경리과장이 저분도 흥을 돋우기 위해 섭외한 것인가.


온갖 잡생각이 다 들었지만 상념들로 복잡하고 난해했던 충격의 밤무대.


그렇게 워크숍 화려 무쌍한 밤은 소비되어 갔다.

작가의 이전글 N잡러 이팀장 ㅡ 1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