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풀러스를 인수해야 하는 이유
자동차 업계는 현재 극심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그와 관련된 기업의 비전이 파편적으로 전달되어 그 흐름을 살펴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변화의 시대에 주요 과제들을 살펴보고, 변화에 대한 기존 기업들의 해결책을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친환경
구동 방식의 전동화가 주 과제다. 수소연료전지차(FCEV)와 배터리 전기차(BEV) 중 승자는 배터리 전기차로 보인다. 볼보는 2019년까지 모든 모델에 전기 모터를 장착하고, 내연기관 의존도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2025년까지 전 차종을 친환경차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자율 주행
말 그대로 스스로 운전하는 기능. 센서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을 통해 차가 스스로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운전할 수 있게 되었다. 각 나라와 제조사들은 2020년을 기점으로 최소 3단계 자율주행을 상용화하려고 한다.
커넥티드 카
인터넷을 통해 주변과 연결되어 있는 자동차. 차량 간 통신을 통해 자율 주행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거나, 차량 안에서 각종 서비스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차량 자체가 ‘스마트폰화’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카 셰어링 / 카 헤일링
카 셰어링은 거점에 주차된 차를 짧은 시간 동안 빌려 타는 서비스다. 국내에는 그린카와 쏘카가 있다. 기아차는 아파트 주차장을 거점으로 한 위블을 작년 8월 론칭했고, BMW는 DriveNow를, 포드는 Go!drive라는 셰어링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카 헤일링은 라이드 셰어링과 동일한 개념으로, 운전자가 목적지로 가는 도중 탑승자를 태우고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버를 통해서 부상한 서비스이며, 국내에는 풀러스와 럭시 등이 있다.
자동차의 미래는 자율주행과 공유 경제를 통해 원하는 어느 곳에서든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위의 4가지 과제들은 이러한 방향성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과제들이다.
친환경 기술은 ‘환경 보호의 목적’ 보다는 ‘달라진 구동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기 모터는 엔진에 비해서 출력을 조절하기가 쉽고, 응답도 빠르다. 제어가 쉽다는 말은 인간뿐 아니라 컴퓨터에게도 해당한다. AI의 판단이 빠르게 현실에 반영될 수 있는 것이다. 전동화는 자율주행의 안전성을 높여 상용화를 앞당기는 기술이다.
커넥티드 카는 자율주행차를 내 앞으로 불러내는데 필요하다. 각각의 자동차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야 위치를 파악하고, 최적의 차량을 선택해 이용자에게 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최적화해주는 시스템이 카 셰어링에 해당한다. (카 셰어링과 카 해일링은 운전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구분되기 때문에, 자율주행이 상용화된 시점에서는 통합되는 개념이다.)
최근 많은 기사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의 고민을 이야기한다. 경쟁자들이 4가지 과제 모두에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 기업들의 재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여러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다 보니 거대 기업의 입장에서조차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 몇몇 분야에서 이미 패배를 맛보고 있다.
전동화 분야에서는 테슬라와 중국 기업들이 치고 올라왔으며, 자율 주행 기술에서는 구글, 바이두와 같은 IT기업들의 연구가 활발하다. 커넥티드 카의 OS를 지배하기 위해 애플은 카플레이를 내놓았고,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를 출시하였다. 카 셰어링과 카 해일링은 쏘카나 우버와 같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다수의 고객을 이미 확보해 놓았다.
전동화 부분에서는 배터리 업체가 수익의 많은 부분을 가져가겠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자체 모터를 개발하고 있다. 모터의 구조적 단순함 덕분에 자동차를 생산하는 진입장벽이 낮아지기도 했지만, 안전한 설계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설계 / 생산 / 판매]라는 완성차 업체들의 핵심 역량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자율주행은 경쟁이 치열하나 기술의 정점이 존재한다. 안전성의 측면에서 사고율 0%를 이루어 내거나, 뛰어넘지 못하는 기술적 장벽에 부딪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완성해내야 하는 데드라인이 생각만큼 가깝지 않다. 2020년 경에 기술적으로는 완성될 수 있지만, 제도와 인프라의 문제로 완전 상용화 시기를 2030년 이후로 예측하는 전망도 다수가 있다. 새로운 경쟁자가 빠른 속도로 목표 지점에 도달하려고 하겠지만, 규제에 걸려 멈춰있을 수밖에 없는 지점이 생긴다. 법규와 도덕성이라는 문지기가 뒤쳐져있는 기업들을 기다려줄 것이다. 완성차 업체는 여기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어떤 센서를 탑재시키고, 어떤 소프트웨어를 장착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완성차 업체다. 경쟁 업체가 자율주행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판매한다고 해도, 1차로 소비자와 접하게 되는 것은 완성차 업체다.
커넥티드 카 이슈는 새로 창출되는 기회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다. 새로 IT업체들과 협력이 필요하겠지만, 기존에 완성차 업체들이 수익을 창출하던 곳은 아니었다. 새로 생긴 파이를 누구와, 얼마만큼 나누어 먹느냐의 문제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온다. 카 해일링은 완성차 업체를 가장 크게 위협할 것이다. 카 해일링 업체의 등장은 이동성의 공급에 있어서 기존 완성차 - 고객 간의 연결을 끊는다. 완성차로부터 이동성을 구매한 뒤 카 해일링 업체가 고개에게 이동성을 분배하기 때문이다. 완성차 - 카 해일링 - 고객으로 과정이 변화한다. 여전히 완성차 회사는 이동성을 판매하지만, 고객 자체와 고객의 협상력이 변한다. 사람들은 택시를 타면서 차종과 브랜드를 신경 쓰지 않는다. 카 해일링 업체가 다수의 완성차 회사에게 차량 독점을 대가로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할 것이다.
원인은 이동성의 정의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이동하는 능력의 습득은 자동차의 구매를 통해 이루어졌다. 자동차를 구매한다는 것은, 이동하는 능력과 함께 공간을 내 맘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카 해일링은 이동하는 능력을 시간의 소모 없이 수시로 구매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익숙하고, 개인적인 이동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 소유의 차를 구매할 것이고,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만을 원하는 고객은 카 해일링을 이용할 것이다. 완성차 회사들은 이동하는 능력만 구매하려는 사람들만큼의 영향력을 빼앗길 것이다.
그렇다면 이동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고객이 일상적으로 쓸 수 없는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미래에는 2인승 전기차가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차가 될지 모른다. 작고 가벼운 차는 카 해일링 업체의 운영 비용을 낮출 것이고, 고객은 더 낮은 비용으로 이동을 구매할 것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완성차 업체는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카 해일링 업체가 직접 자신들이 사용할 차를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동화는 차량 생산의 진입장벽을 낮추었다. 카 해일링 이용 고객 특성상, 부드러운 주행 질감, 단단한 새시 등의 요구 조건도 까다롭지 않다. 가장 쉽게 기존 완성차 업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렇게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량은 쪼그라든다.
이렇게 되면 결론은 쉽다. 완성차 업체들이 카 셰어링 / 카 해일링에 뛰어드는 것이다. 카 셰어링과 카 해일링은 자율주행이 완전히 상용화된 시점에는 통합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바라보는 방향은 동일하다. 하지만, 우선순위는 카 해일링이다. 카 셰어링은 초단기 렌트카다. 반면 카 해일링은 택시 서비스다. 단순히 렌트카의 수요와 택시의 수요만 계산해도 답은 나온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카 셰어링은 정해진 '시간'을 기준으로 차의 소유권을 가져오고, 카 해일링은 정해진 '거리'를 기준으로 차의 소유권을 가져온다. 사람들의 욕구는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자율주행과 기존 서비스가 혼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카 해일링을 통한 자율주행을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할 것이다.
국내는 지금이 카 해일링 시장 진입의 최적기다. 당장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플레이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버가 규제에 막혀 철수했지만, 규제의 사이를 파고든 서비스들이 있다. 풀러스와 럭시, 티티카카가 그렇다. 이들은 우버를 막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운수법)을 역이용하고 있다. 여객운수법에는 카풀을 예외로 하고 있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대로 한정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만 운영해도 오전 5시부터 오전 11시, 오후 5시부터 오전 2시까지다. 충분히 많은 이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다. 공격적으로 이용자들을 늘리던 세 기업 중 럭시는 카카오 모빌리티에 252억 원에 인수되었다. 티티카카는 2017년 9월에 서비스가 종료되었고, 남은 것은 풀러스다. 풀러스는 네이버와 SK에 220억의 투자를 유치받았다. IT업계의 행동은 빨랐다.
국내에 남은 유일한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 그룹은 당장 비즈니스가 성립하는지에 집착하면 안 된다. 카 셰어링 서비스인 위블, 딜카 등은 당장 자신들의 차를 이용할 수 있기에 나은 판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거점 투자 - 이용 횟수의 관계가 선형적이고 명확하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카 해일링의 경우 더 많은 운전자가 더 많은 이용자를 불러온다(각 운전자들의 구전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이용자들은 조금씩 경험을 늘리고, 익숙해져 가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해당 기업을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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