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인 줄만 알았지
코로나 확진자가 만 명을 넘는 일이 새삼스러워질 만큼, 벌써 몇 년째 마스크와 한 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확진자”라는 건 정말 뉴스 속 지인의 지인들 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감사히도 여태껏 가까운 사람 중에 확진자가 없었고, 마스크 잘 끼고, 백신 잘 맞고 그렇게 생활하면 되는 거려니 했다.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다.
설 연휴를 앞둔 주말. 일요일 저녁. 남편과 나 우리 딸(=꿀 띠)은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며 자장가를 부르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아이의 곱실거리는 잔머리를 쓸어 넘겨주다가 문득 아이 이마가 뜨끈한 것을 느꼈다. 급히 체온을 재보니 38.5였다. 깜짝 놀라 해열재를 찾고 오늘 기침 한번 콧물 한번 안 흘리던 애가 왜 이러지 하고 놀라고 있는데 남편이 어린이집 공지사항에 형님반 담임선생님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꿀 띠네 반 선생님과 원장 선생님 등은 오늘 검사를 받은 상황이니 형님반 아이들은 모두 검사를 받아주고 다른 반 아이들도 가능하면 검사를 받아달라는 내용이 떴다고 말했다.
(워킹맘인 내가 출근하면 아이를 봐주시는 ) 시어머니 댁에 감기약과 교차 해열재 등이 대부분 있어서 일단 어머님께 전화를 드리고(어머님도 공지사항 보고 남편에게 전화한 참이었다.) 서둘러 집에 있는 해열제를 먹이고, 인터넷 검색해서 열 내리는 법, 코로나, 코로나 확진 등을 검색했다. 머리가 멍해지고 무서웠다. 일단 미온수로 물수건을 만들어서 아이 몸을 닦아주면 좋다고 해서 차갑다고 싫다고 칭얼대는 아이를 붙들고 한참을 실랑이를 했다. 그러다 집에 코로나 자가 키트가 2개 있다는 게 생각났다. 떨리는 맘으로 아이의 코에 면봉을 넣었다.(나는 도저히 못하겠어서 남편이 넣었다.)
두줄이었다.
아이는 남편이 코를 쑤셨다며 서럽게도 엉엉 울었고, 나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꿀 띠는 아직 31개월밖에 안된 아인데.. 우리 애가 코로나 라니.
남편과 나는 서둘러 마스크를 꼈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하나 남은 키트는 내 콧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한 줄. 음성이었다. 38.9 도 까지 올랐던 열이 몇 시간 후 36.6도까지 떨어지고 아이는 졸려서 내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일단은 열이 잡혔다는 안도감에 남편과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어머님 전화를 받고 잠이 깬 건 아이가 해열제를 먹고 5시간이 지난 후였다.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이는 열이 39.1까지 올라있었다. 서둘러 다시 해열제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내가 잠들면 안 됐는데 계속 체크했어야 했는데. 답답한 마음에 근처에 사시는 어머님이 약을 챙겨 달려오셨고( 약 먹고 4 시간 지났는데 약을 안 챙겨 먹이면 어떡하냐고 한 소리 듣고)
아까는 잡혔던 열을 쉽게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는 잠깐이지만 40도까지 열이 올랐다.
새벽 5시. 119에 전화를 했다. 31개월 아이가 열이 39~40도까지 올라가요!! 구급차를 집으로 보내주신다고 하셨고 코로나 확진된 건 아니냐고 물어봐서 잠깐 고민하다가 일단은 아니라고 했다.
확진받은 건 아니지만, 이미 코로나일 거라는 근거들은 너무 많았다. 혹시나 나중에 문제가 될까? 구급차 탔다가 병원에서 안 받아주면 어떡하지? 꿀 띠가 너무 놀라진 않을까?
어떡하지 하는 사이 38도 중후 반대로 살짝 열은 떨어졌고, 다시 119에 전화를 했다.
“아무래도.. 코로나인 것 같아요.. 키트 해봤는데 두줄이 나왔고.. 어린이집 선생님이 확진받았다고 연락을 받았거든요.. 지금 열이 좀 떨어져서.. 일단은 집에서 좀 더 지켜보고 오전에 검사받을게요..”
전화를 받으신 119 대원분은 꿀 띠가 많이 어리니까 조금이라도 열이 더 오르면 꼭 다시 전화를 달라고 하셨고, 문자로 설 연휴에도 문을 여는 선별 진료소 리스트와 열 내리는 법 등을 보내주셨다.
( 코로나여도 격리실이 있는 병원은 환자를 받아준다고 하던데, 그때 병원에 가는 게 더 나았을지 아닌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때는 너무 정신이 없었다. 친절하셨던 119 대원님께 그저 고마운 마음이다.)
암튼 그때 꿀 띠는 로보카폴리 노래를 부르며 출동하는 거냐고 마냥 웃고 있었다. (아이 컨디션은 좋아 보여서 집에 있기로 결정한 것도 있다.)
38도 초반대로 꿀 띠 열이 떨어지고. 선별 진료소는 대부분 10시에 문을 여니까 우린 조금이라도 자두기로 했다.
꿀 띠는 팔베개를 해달라, 안아달라, 토닥토닥해달라 주문이 많았다. 나는 아이를 꼭 안고 잠이 들었다.
“걱정 마. 꿀 띠야. 엄마가 지켜줄 거야. 걱정하지 마.. 엄마가 지켜줄게 “
아침 9시. 눈을 떴을 땐- 품 안에선 아이가 새근새근 잠자고 내 마스크는 턱으로 많이도 내려와 있었다. 어떡하지. 꿀띠야. ^^: 엄마가 너 지켜줘야 하는데 왠지 벌써 옮은 거 같은데..
눈뜨자마자 강력하게 양성의 기운을 느꼈다. 코로나. 정말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