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감염관리실을 운영해 보자.

- 에피소드 02. 지침이 길을 만든다.

by 서하

에피소드 02. 지침이 길을 만든다.

지침은 나와 동료들이 혼란 속에서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해주는 약속의 지도


“○○병원 감염관리실이죠? 경기도 감염병관리 지원단입니다.

지난 2월 원내CRE 유행이 감지되어 연락드렸습니다. 인지하고 계셨나요? 관련해서 공문을 하나 보내드릴 텐데요, 참고하셔서 자료 준비 부탁드립니다.”


전화 한 통.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그리고 '유행조사'라는 단어에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곧이어 메일로 도착한 ‘준비 서류 목록’에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지침과 프로토콜 및 대응 매뉴얼, 관련 SOP


“지침은 뭐고, 프로토콜은 또 뭐야…?”

고개를 갸웃거리며 검색창을 켜고, 파일을 뒤적이던 그날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땐 진심으로 헷갈렸다. 지침, 매뉴얼, 프로토콜, 가이드라인, SOP…

모두 비슷비슷한 말처럼 보였고, 뭘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하나하나 찾아보고, 누군가의 파일을 참고하고, 다시 써보고, 질문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지침은 방향을 제시하는 큰 틀,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아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문서였다.

☞프로토콜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나열한 실행 순서, 각각의 단계를 명확히 정리한 문서였다.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는 일상적인 업무에서 반복적으로 따라야 할 표준 절차를 정리한 문서였다. 이는 업무를 일관되게 처리하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지침서이다.

☞대응 매뉴얼은 특정 상황, 예를 들어 감염병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자세한 절차를 설명한 문서였다.


그렇게 나는 종잇조각 같던 문서들에서 하나의 언어와 구조를 발견했고, 감염관리가 막막한 ‘경험’이 아닌, 조직 안에서 실현되는 체계라는 것을 배웠다.


지침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다.

그건 나와 동료들이 혼란 속에서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해주는 약속의 지도다.

그리고 그 지도를 통해, 나는 조금씩 감염관리실이라는 길 위에서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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