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8
by 서하
지난해 여름
파랗게 어린 청귤을 유리 항아리에
가만히 담았다
달지도, 익지도 못한 마음을
조심스레 꺼내어
침묵이라는 꿀에 재워 두었다
말하지 못한 말들이
서서히,
나도 모르게
익어가고 있었다
햇살이 살짝 항아리를 비추던 날
나는 마침내 뚜껑을 열었다
톡—
묵은 침묵이 터진다
향기처럼 퍼지는
기도 한 줄
이제 내 안의 청귤은
당신의 사랑으로
완전히 익었습니다.
✥ 모티브: " 그때에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루카 1,64)
『청귤 항아리 열던 날』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아직 익지 않은 ‘푸른 청귤 하나’가 마음 한켠에 남아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 청귤이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천천히,
온전히 익어가기를 기다리며 이 시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