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재판

#067

by 서하

눈 속의 재판

by 서하


눈 속의 법정에서,

티끌이 말했다.

나는 작아.

상처를 내도,

곧 잊힐 거야.


들보가 비웃었다.

작다고?

너처럼 미세하게

각막을 긁어내는 기술이

얼마나 교묘한지 알아?

그 눈물,

누가 흘리게 했는데?


티끌이 비꼬면서 말했다.

그래, 넌 커서 아무도 못 봐.

넌 그냥

둔하고 무겁지.


들보가 쏘아붙였다.

그래서 넌

작지만 끈질겨.

늘 아픈 데만 골라 찌르지.


나는

바람 불면 날아가기라도 하지.

너는 끝내 눈을 덮고

보지 못하게 하잖아.


그때, '눈'이 말했다.

... 조용히 해.

너희 둘 다,

내 안에 있었어.


나는 지금

진실을 보고 싶어.

이제야 알았어.

보고 싶어. 정말로.


그 순간,

티끌도

들보도

말없이 사라졌다.





✥ 모티브: "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마태 7,5)


『눈 속의 재판』

사람을 바라보는 내 시선 속에, 늘 티끌 하나쯤은 있었고 들보 하나쯤은 걸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고 뾰족한 말, 커다란 침묵, 그 모든 판단과 위선이 내 안에서 조용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 시는 그런 내면의 법정에 대한 기록입니다.

하지만 마침내 ‘눈’이 말합니다.
“나는 진실을 보고 싶다.”
그 말 앞에서, 내 안의 판단들이 조용히 사라질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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