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 공간 부족

#066

by 서하


저장 공간 부족

by 서하


남겨둘 자리가


없었다
나를 위한 빈칸 하나조차


매일같이 저장한
누군가의 말
누군가의 얼굴
누군가의 기준


정작
그날의 하늘
그때의 마음
순간의 속삭임은
기록되지 않았다


‘저장 공간이 부족합니다’


화면에 뜬 짧은 알림 창이
나에게 말했다


“너 어디 있느냐?”




✥ 모티브: "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마태 6,33)


『저장 공간 부족』

이 시는 우리의 삶을 상징하는 스마트폰의 저장 공간을 통해,
우리 마음의 상태를 비춰보고 싶어 쓴 글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장의 사진을 찍고,
수많은 메시지와 정보들을 저장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안에 진짜 나를 위한 자리는 얼마나 남아 있을까?
주님께서 주시는 조용한 위로, 마음의 평화, 하늘의 빛은
어디에 저장되고 있을까를 묻고 싶었습니다.

이 시는 그저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한숨 길게 내쉬며
내가 ‘지금 여기’에 깨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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