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9
by 서하
저녁 하늘이
깊게 멍들었다
회색 구름이 겹겹이 쌓여
하늘을 삼켰다
와—
빛이다
멍든 사이로
금빛이 스며 나온다.
붉은 귤껍질을 벗기듯
하늘 끝을 조심스레 열고
노을이 쏟아진다
상처 난 하늘을 따라
황금빛이 번진다
아직 끝난 게 아니구나
나는 멍든 하늘 아래 서서
찬란한 노을빛을 바라본다
지워지지 않는 상처 위에도
이렇게 아름다움이 흐를 수 있다는 걸
기억하려고
✥ 모티브: "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마태 18,22)
『황금빛이 번진다』
어제저녁 식사를 마치고 창밖을 바라보다 먹구름 사이를 삐집고 나온 찬란한 노을에 넋을 빼앗겼네요.
민족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한국 전쟁을 기억하는 날,
복음을 묵상하다 문득 먹구름 속에서 더 빛나던 노을빛이 떠올랐어요.
저는 아직 끝나지 않은 분단의 현실 속에서도 다시 평화의 빛이 번질 수 있음을 믿고 싶었습니다.
상처가 사라지지 않아도, 아름다움이 흐를 수 있다는 희망을 기억하며, 이 시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