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감염관리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 에피소드 01. 첫 날의 기억

by 서하

에피소드 01. 첫날의 기억

첫날 해야 할 일은, 완벽하게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해나갈 준비를 하는 것’

‘일을 해나갈 준비를 하는 것’ ‘일을 해나갈 준비를 하는 것

“똑똑똑.”


살짝 긴장한 손끝으로 문을 두드렸다. 문 너머에서 “들어오세요”라는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한숨을 삼키며 감염관리실의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감염관리실에서 일하게 된 간호사 서하입니다.”


인사를 나누고 직원들을 하나둘 마주할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새롭고 설레었다. 하지만 막상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니, 기대보다 더 큰 막막함이 밀려왔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해야 할 일이 많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 손끝은 키보드를 누르는 대신 공중을 맴돌기만 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네, 감염관리실입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지만, 상대방이 어떤 내용을 묻는지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단순한 행정 전화였지만, 나는 당황해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옆 자리에 앉아있던 타 부서 직원이 자연스럽게 대신 받아주었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부끄러웠다. '나는 왜 이렇게 아무것도 모를까.'


무작정 인수인계서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문서 속에는 감염관리실의 주요 업무,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보고서, 병동과 협업하는 방법 등이 적혀 있었다. 아직 모든 내용을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최소한 어떤 일들이 돌아가고 있는지는 감이 잡혔다.


‘일단 움직여보자.

나는 우선적으로 방문해야 할 부서들을 찾아갔다. 병동의 간호사들, 시설 관리팀, 소독 담당자… 다들 바쁜 와중에도 인사하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감염관리실의 일은 결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자리로 돌아왔을 때, 남은 시간은 감염관리 관련 서류와 지침을 찾아보는 데 다 썼다. 하나하나 읽으며 머릿속에 정리해 보려고 했지만, 솔직히 말해 읽을수록 더 헷갈렸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끝나 있었다.


퇴근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늘 한 게 대체 뭐지?'


하지만 곰곰이 돌이켜보니, 비록 서툴렀지만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낯선 환경에서 사람들과 인사하고, 나의 역할을 조금이나마 파악하려 애쓰고, 실수를 했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도 있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첫날 해야 할 일은, 완벽하게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해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걸.


내일은 오늘보다 더 익숙해질 수 있겠지.
그렇게 나는, 감염관리실에서의 첫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은.png


1-1 감염관리실의 역할과 주요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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