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4
by 서하
창문—
가득 맺힌 빗방울,
하나
하나
서로 다른 길—
천
천
히
흘
러
내
린
다.
묻지 않는다—
“왜, 저쪽으로?”
“왜, 저길 택했니?”
길 복 하 만
은 잡 지 —
그 속에 빗방울은
고요한 빛—
품고 있다.
바람이 불면—
반짝인다.
속삭인다,
있는 그대로—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비 오는 소리—
타닥.. 타닥..
창문 앞에 머문 빗방울처럼,
나도 오늘,
내 존재의 리듬을 따라—
있는 그대로—
머무르려 한다.
—
(있는 그대로, 머무르기)
모티브: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마태 11,25)
이 시는 빗방울이 각기 다른 길을 따라 흘러내리듯, 우리 각자의 존재가 저마다의 리듬과 방식으로 ‘있는 그대로’ 흐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그려냅니다.
복잡한 삶의 길 위에서도 빗방울이 고요한 빛을 품고 반짝이듯, 우리도 세상의 평가와 기대에서 벗어나 본연의 모습으로 충분히 빛날 수 있음을 조용히 속삭입니다.
창문 앞에 머무는 빗방울처럼, ‘지금 여기’ 존재하는 순간에 충실할 때 진정한 평화와 자유를 누리게 됨을 깨닫게 하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