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
by 서하
제삿날 새벽 엄마가 우산을 들었다
비는 오지 않았다
무배추고사리도라지
봉지들이 우산대를 관통한다
엄마 앞 ‘——’ 나 뒤
무게가 반으로 갈라진다
"천천히"
"알았어요"
시장에서 집까지 우산 잡고 걸었다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한 몸
사십 년 후
짐이 무거워질 때마다
나는 우산을 든다
비가 오지 않아도
모티브: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마태 11,29)
복음을 묵상하다 문득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장 보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제삿날이면 늘 이렇게 장을 많이 보고 무거워서 함께 들었습니다.
어느 날에는 우산대가 휘어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나는 그때 그 추억이 늘 따뜻하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