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04. 닦았다고 다 닦인 건 아니에요.
청소와 소독은 흔적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감염의 고리를 끊는 일
“감염관리실이죠? 외래에서 오늘 구토하신 분이 있었는데요, 그냥 일반소독제로 닦았어요. 괜찮겠죠?”
진료를 마친 외래 간호사가 조심스레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순간 멈칫했다.
“혹시 구토물이 환자 복도나 진료실 바닥에 튄 건 아니고요?”
“네, 바닥이랑 의자에만 조금요. 락스는 냄새 때문에 쓰기 그렇고 그냥 약한 소독제로…”
나는 조심히 되물었다.
“혹시 환자, 설사도 같이 하셨나요?”
“… 그랬던 것 같아요. 왜요?”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친 단어, 노로바이러스. CDI
일반 소독제로는 살균되지 않는 그 끈질긴 녀석.
이미 구토와 설사 증상이 함께 있었다면, 바이러스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나는 곧바로 해당 구역의 표면 소독 재 조치를 요청하고, 차아염소산나트륨 희석액 준비를 부탁했다.
그리고 해당 직원들에게 PPE 착용법, 소독 시 유의사항, 접촉주의 격리 기준을 간단히 안내했다.
그날 나는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소독제 뿌리고 닦았으면 된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감염의 고리는 아주 쉽게 이어질 수 있다.
환경관리는 단순한 '청소'가 아니다.
감염 전파의 가장 근본적인 고리를 끊는 ‘예방의 기술’이다.
특히,
환자가 사용한 의료기기 표면
수액 폴대, 혈압계, 체온계
침대 난간과 보호자 의자
이런 ‘소소하지만 자주 접촉하는 곳’은
의외로 매일 소독 대상에서 빠지기 쉽다.
그날 이후, 나는 환경관리 교육을 할 때마다 꼭 이 이야기를 덧붙인다.
“닦았다고 다 닦인 건 아니에요.
정말 중요한 건, 언제 무엇을, 어떻게 닦아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에요.
청소는 흔적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감염의 고리를 끊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늘 되묻는다.
“오늘 나는 감염의 고리를 하나라도 끊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