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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 Jung May 25. 2019

블록체인, 클린 ICO의 길을 찾다.

ICO를 바로보기 위해 IPO를 떠올려보았다.


통계업체 ICO 벤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진행된 전 세계 ICO 진행 건수는 718건, 투자 모금액은 약 100억 달러 규모에 비해, 2018년은 2,517건, 약 116억 달러로 전년 대비 진행 건수는 3배 이상 늘었으나 건당 평균 모금액은 1/3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019년에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심화하여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은 굳이 통계를 보지 않더라도 업계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그사이 글로벌 ICO 시장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물론 한국에서는 정부의 방침으로 ICO는 진행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ICO 대부분은 싱가포르, 몰타, 홍콩, 스위스 등 해외에서 진행됐고 여전히 해외에서만 진행 가능합니다. 일각에서는 정부에서 ICO를 허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시장의 결과 앞에 지금의 ICO 구조와 방식이 과연 적합한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ICO를 무조건 허용해야 하거나 금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이전에 ICO의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온탕과 냉탕을 넘나들며 뜨거웠던 지난 3년간의 성적표를 손에 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잘하면 문제 해결을 위한 열쇠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https://medium.com/napoleonx-ai/what-are-the-differences-between-an-ipo-and-an-ico-4bd5ca89215a


ICO를 되돌아보기 위해 IPO를 떠올려보았습니다.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일반적으로 기업 공개 혹은 상장이라고 합니다. IPO는 기업이 자본금, 매출액, 이익 등 재무 건전성과 독립된 외부 감사 기관의 의견 등의 요건을 기반으로 정해진 제도와 법률안에서 진행됩니다. 따라서 아무 기업이나 상장될 수 없고 그 절차와 요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창업기업의 극히 일부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며 그 준비 시간만 최소 1년, 길게는 3년 이상 소요됩니다.


한편 기업 공개를 할 수 있는 자격이 갖춰지지 않은 기업(예:스타트업, 중소기업)은 IPO가 아닌 다른 투자 방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합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액셀러레이터나 컴퍼니 빌더, 엔젤 투자자 등으로부터 시드 머니(Seed Money, 초기자금)를 받습니다. 이후 실제 서비스 출시와 매출 등의 입증 가능한 실적을 기반으로 기업의 가치평가를 받아 시리즈 A와 B, ..로 이어지는 단계별로 수 억 원에서부터 수십, 수백억 규모의 투자금을 사업의 성장 정도에 따라 나눠 수혈 받습니다. 


이에 비해 ICO는 매출이나 서비스, 상품 등이 없는 상태에서 일종의 사업계획서인 백서(Whitepaper)를 토대로 투자금을 확보하며, ICO를 진행하는 대부분의 조직은 스타트업 수준의 인력과 자본 구성을 갖추고 있어 사업계획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습니다. IPO와 ICO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은 같습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이 크게 네가지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첫째, 관리 감독과 규제의 아이러니

증권 시장이 있는 국가에서는 철저한 관리 감독과 규제 하에 IPO가 진행되며, 이러한 통제의 주된 목표로는 ‘투자자 보호’ 관점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공개 기업의 모든 활동과 정보는 투명하게 관리하고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기업이 가지며, 투자자들은 그것을 신뢰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되, 정부와 감독 기관은 이를 관리합니다. 


특히 공개기업은 사업의 분기별 실적과 대주주 및 특수 관계자 지분의 변화를 비롯해 정기 회계 감사와 공시 기준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회사의 대부분의 정보를 시장에 공개하게 되는데, 기업의 관점에서는 중앙화 된 정부가 통제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으나, 기업에 비해 힘이 약한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토록 함으로써 기업의 정보 독점 구조를 극복케 하여 상호 거래가 가능한 수준의 신뢰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신뢰 구축의 결과 오늘날 증시는 활성화될 수 있었고, 반면 블록체인 시장은 산업초기의 시행착오로 인해 그 투자가 급증 후 침체기를 맞는 아이러니를 겪게 됩니다.


https://digest.bps.org.uk/2010/02/22/at-what-age-do-children-recognise-the-difference-between-sarcas


구체적으로, ICO를 진행하는 기업은 팀 구성원 정보와 서비스 계획, 투자 모금 정보 등 모금에 도움되는 정보를 위주로 홈페이지에 기재하지만 재무정보나 주요 경영진의 토큰 처분내역 등 감시와 견제에 필요한 정보를 공시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자의적으로 만들어진 홈페이지의 정보들은 실제와 다른 경우도 많고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정보를 수정하면 되는 홈페이지의 특성상 잘못된 정보와 정확한 정보는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고 심지어 해커들이 이점을 역으로 이용해 투자 모금액을 가로채기도 합니다.


자금의 사용 목적도 IPO 진행 기업은 설비 투자나 R&D 자금, 운영비 등의 자금 사용처를 최초 주식을 발행하는 공모 단계와 자금 집행 후의 재무제표를 통해 사전과 사후 그 경과를 명확히 공개합니다. 한편 ICO의 경우는 대략적인 자금 사용 카테고리를 위주로 투자 모금 시 계획을 공개하기는 하지만 이후의 보고와 검증의 체계는 마련되지 있지 않습니다. 


블록체인의 핵심가치를 '나에게 유리한 경우에만 적용'하는 왜곡된 행태가 지금의 침체기를 부른 원인이 아닐까요? 




둘째, 책임과 리스크의 역전 현상


IPO를 통해 공개 시장에 주식을 발행해 투자금을 수혈받은 뒤 이후 사업을 영위한 뒤 이익이 발생하면 회사와 주주들이 주식이라는 수단을 통해 공유하게 됩니다. 물론 주주들은 기대했던 사업 실적이 나오지 않는 경우 보유 주식의 가치 하락을 통해 투자 실패에 대한 위험을 감수합니다. 단, 기업에 발생한 부채와 밀린 세금은 고스란히 회사와 경영진 고유의 책임으로 돌아갑니다.  


ICO 역시 토큰을 분배하고 사업 성과나 프로젝트의 명성을 통해 토큰 홀더들과 이익을 공유하며 동시에 위험도 감수합니다. 그런데 책임과 리스크는 재단과 경영진, 투자자로 나뉠 것 없이 모든 토큰 홀더가 그 지분만큼 나뉘는 형태입니다. 언뜻 보면 결과에 대해 모두가 책임을 지는 것은 좋은 모습일 수 있지만, 관리 감독이 허술하고 제반 규제가 아직 미비한 상태인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책임과 리스크가 투자자들에게 전가되는 구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니 심지어 그 이상의 현상도 많이 나타납니다. 즉, 재단이나 경영진이 투자 모금액을 허투루 쓰거나 빼돌리는 등의 행위를 할 경우 오히려 그 책임과 리스크가 토큰 홀더들에 전가되는 심각한 역전 현상이 발생합니다. 



탈중앙화라는 미명 아래 ICO 투자자들에게 설립자 수준의 책임 분담을 방치한 것은 아닌지..




셋째, 욕망과 이기심의 노드로 운영되는 인간 메인넷


IPO와 달리 ICO는 규제가 명확하지 않고 관리 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그 맹점을 파고들어 ICO를 주도하는 이들만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행위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극단적인 정보 비대칭성을 활용해 토큰의 할인과 할증, 그에 따른 가격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얼마든지 의도된 이익 추구의 문도 열려 있습니다. 


이는 중앙화된 권력의 통제 없이 자유로운 금융시스템을 구현해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여한다는 블록체인 고유의 내재 철학과는 정반대되는 현상으로써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만들어준 우주선을 잘못된 도덕성으로 운전하게 될 경우 역설적으로 개인의 이득을 극단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현재의 ICO 제도 내에 잠재되어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위대한 발명품은 여지없이 인간에 의해 사용되는 과정에서 양면성을 띄게 됩니다.  





넷째, 언제나 그랬듯 사업 계획의 불확실성


그동안 많은 ICO는 토큰 판매를 통한 투자 모금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의 경과를 보면 재작년과 작년 진행된 수많은 ICO 이후 실제 서비스와 제품이 출시된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간혹 출시되더라도 실제 사용자 수는 가치와 의미를 논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사용자 수가 적습니다. 심지어 애초에 ICO를 통해 투자금만 빠르게 모금하고 서비스 개발에는 관심 없는 프로젝트들도 많습니다. 실제로 ICO 이후 개발에 손을 놓아버린 프로젝트도 목격했고, 투자금을 갖고 사업을 접어버리는 일명 ‘먹튀’도 목격하게 됩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요? 정말 백서만으로 과연 토큰의 가치를 책정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살아오면서 우리의 계획이 기막히게 이뤄지는 경험을 몇 번이나 해봤는지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ICO에 참여했다가 투자금이 백 분의 일로 줄어드는 피해사례가 나타납니다. 나름 철학과 목표를 갖고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한 기업들이 하나씩 문을 닫고, 열정을 다해 블록체인의 철학을 구현하겠다 외치던 경영자와 개발자들이 토큰을 상장한 이후에는 의욕이 사라집니다. 뉴스에 등장하는 코인 사기, ICO 사기 뉴스는 어이가 없을 정도의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건과 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요?

 

계획은 계약의 대상이지 신뢰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금융과 투자는 충분히 매력있고 안전한가요?


한편, ICO가 아니면 지금의 크라우드펀딩, 엔젤 투자, 벤처 투자,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 등은 우리에게 충분한 매력을 주고 있을까요? 정말 기존 투자상품들은 충분히 안전한가요? 그리고 기존의 경영자들과 투자정보는 모두 투명하고 믿을 수 있으며 제도는 완전히 이를 통제할 수 있을까요?

그에 비해 ICO의 장점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세상은 왜 여전히 블록체인이 만들어낼 새로운 금융시스템에 기대를 걸고 있을까요? 그리하여 정부는 제도를 보완하여 ICO를 언젠가는 허가해야 할까요? 아니면 ICO는 위험하니 계속 금지하는 것이 맞을까요? 


저의 IPO 경험을 토대로 바라본 ICO의 단상과 장단점, 개선 방향에 대해 세 편에 걸쳐 다뤄보려 합니다.



1편 - 블록체인, 클린 ICO의 길을 찾다.

2편 - IPO 기업 CEO가 바라본 ICO

3편 - ICO 어떻게 개선하고 바꿀 것인가?



블록체인과 ICO, 이제 해법을 찾을 시간입니다.



2019.05 

Written by 정주형ㆍEdited by 윤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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