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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Mar 06. 2017

감정 고백

괜찮지 않은 날


늘 밝은 생각을 하고 웃으려고 노력한다. 다시 사회로 돌아온 뒤 버릇처럼 매일을 다짐하듯 그래 왔다. 많은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는데, 생존전략처럼 웃는 법을 익혀온 것이다. 하지만 이따금씩 찾아오는 까닭 모를 우울함은 여전히 칼바람처럼 매섭게 감정을 파고든다. 


"OOO 씨 오늘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안 좋아 보이네?"

누군가 툭 말을 걸어온다.

"아뇨? 저 괜찮은데요?"

그럼 나는 반사적으로 웃으며 그들을 안심시킨다.








어째서 우울한 감정이 되어버린 것인지 찾아보려도 해도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까닭 모를 우울함일 테지.

말 그대로 까닭이 없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냥 그런 감정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런 감정에 빠지고 나면 아무리 애를 쓰려해도 이따금 표정에서 드러나곤 하는 것인가 보다.


애써 드러나는 감정을 괜찮다는 말로 미소를 비치며 즐거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곤 한다. 

그러나 이런 나름의 생존전략은 제법 많은 감정적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든다.






그래. 사실 오늘 난 괜찮지 않다.


매일 날씨가 좋고, 비가 오는 날이 없다면 그곳은 이윽고 사막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화창한 날씨가 좋다고 해서 매일 맑은 날이 계속될 수는 없는 법이다.

아마도 까닭 없이 밀려오는 우울함은 나의 감정이 사막이 되지 않도록 내리는 비와 같은 것이려니.


감정이 사막처럼 되어서는 안 될 테니까 말이다. 이렇게 까닭이 없다 해도 결국 어떤 형태로든 의미는 남는다. 


그저 스스로를 다독여줄 수밖에 없는 그런 날이다.

곧 비가 그치겠지. 그리고 다시 괜찮아지겠지. 


그러니 오늘도 미소를 띠며 괜찮은 척 너스레를 떨며 하루를 더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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