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와 이름 모를 풀이 잔뜩이던 볼품없던 그곳
여기가 울음 숲이야.
저 안쪽은 바깥에서 잘 보이지 않아서 맘껏 울어도 아무도 모르더라고.
함께 공원을 걷던 그녀가 거칠어 보이는 억새와 이름 모를 풀이 볼품없이 가득하던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실개천을 따라 무성하던 억새 사이로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가 앉을 수 있을만한 틈이 보였다. 그녀의 말대로 산책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틈이었다.
그날 그녀가 정확히 울음 숲이라 하진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멋대로 '울음 숲'이라 이름 지었다.
울음은 먹은 나이만큼 줄어들었다. 아니 어쩌면 기댈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만큼 줄어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갈수록 울음을 쏟아 낸다는 것이 쉽지 않아졌다.
어떤 힘든 일이 있었기에 그녀는 홀로 이런 곳에 숨어들어 울어야 했을까.
아무도 알지 못할 이곳에서 얼마나 혼자 울었을지. 얼마나 서러웠을지.
묻지 않아도 서럽게 울었을 그녀의 뒷모습이 울음 숲에 거칠게 자라난 억새 사이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저 모든 것이 그녀가 말한 단 한마디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 그곳을 나는 울음 숲이라 이름 지었나 보다.
속상하고 힘들 때 그녀는 이 울음 숲을 떠올릴 것이다.
억새와 이름 모를 풀이 잔뜩이던 볼품없던 그곳을.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에겐 이렇게 울어도 받아줄 숲이 있어 다행이지 않았나 싶다.
훗날 그녀가 다시 울음 숲을 찾아야만 한다면, 그땐 내가 울음 숲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없이 그녀의 웅크린 뒷모습을 가려줄 억새와 같은 사람이라면 좋겠다.
그녀만큼이나 울음 숲이 필요해질 어느 날.
나 역시 그러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