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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Apr 20. 2017

옭아맴

내 손을 잡아줄래요.


스스로 만들었던 생각들로 인해 옭아매던 것들이 많았다.

좋지 못했던 성장기를 스스로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고립감과 우울감을 스스로 선택했던 적이 많았다.

그렇게 자라왔으니 우울하고 고립되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늘 나는 불행할 수밖에 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왔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 두 가지가 격렬히 다투며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황폐함의 끝은 더 큰 좌절과 상실감으로 이어져 만성적인 우울감이 온몸을 옭아매고 놓아주질 않았다.

그런 날들이 반복될수록 그것들이 마치 몸의 일부분 양 그것들을 끌어안고 모든 것이 본래 감당해야 할 인생의 당연한 수순쯤으로 여기고 살았던 것 같다.





병원을 나오면서 그나마 괜찮은 생각과 활동들을 해보려고 했던 것이 도움이 된 모양인지, 너무도 과분하게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각자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생각도 달랐고, 성격도 달랐지만 기꺼이 그들은 나를 좋은 사람이라 말해주고 지나온 나날을 다독여주었다. 또 앞으로 걸을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었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더 좋은 생각을 통해 나은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감정적인 부분은 여전히 들쭉날쭉했지만 이전처럼 우울함에 빠져 허우적 대기보다는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런 노력으로 그림과 글을 통해 생각을 돌아보고 감정을 털어내는 것들을 함께 했다. 생각을 적극적으로 나눅고 이야기하기를 즐기면서 나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받으며, 감정적인 고립감을 털어낼 수 있었다.

 

옭아매던 것들을 헤치고 손을 뻗으니 의외로 많은 이들이 내 손을 잡아주더라.

그동안 당연하게 느끼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저 나는 내밀 줄을 몰랐을 뿐이다.




삶은 늘 변화할 수 있다. 잠시 멈춰 설 수 있겠으나,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잎을 피울 싹처럼 언제고 내 안에 잠재되어 있다. 물론 때론 다시 비가 오고 감정이 곤두박질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그런 감정적인 문제로부터도 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변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은 내가 내민 손에서 시작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홀로가 아닌 함께라는 테두리 안에서 앞으로 다가올 더 많은 변화를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니 조금만 더 내 손좀 잡아줄래. 아무리 차가운 손이라도 괜찮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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