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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Apr 26. 2017

내면의 작은 구멍

내 안에 부는 바람


왜 나는 이따금 외로움에 가슴 아파하는 것일까 오랜 기간 생각해왔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외로움은 칼날 같은 바람처럼 강해져 내 몸을 사정없이 베어가는 느낌이었다.





이런 외로움은 어디서 시작되는 것일까 생각하며 가만히 내 안을 들여다보니 그곳에 구멍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구멍은 꽤나 컸고, 뚫린 공간으로 바람이 불어와 내 안을 공허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것이 나의 외로움의 정체일 거라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구멍을 막아낼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누군가 나타나 그 구멍을 메우고 나를 추슬러주길 바라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기다림은 계속해서 길어졌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외로움과 공허함은 더욱 짙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살아가다 두 존재를 만났다. 그들은 매일 같이 주어졌던 고달픈 하루살이에 잠시 웃음을 머무르게 해주는 존재가 되어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공허함과 외로움의 근원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이렇게 해도 안되는구나.



나는 계속해서 몰아치는 공허함과 외로움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런 감정들은 날 무력하게 만들고, 자존감마저 한없이 낮게 만들었다. 낮아진 자존감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마저 회의적이고 비관적으로 물들이고 말았다. 오랜 방황이 이어졌다.





오랜 방황 중에 다시 그림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감추고 드러내기 두려워만 했던 내 모습을 글과 그림을 통해 드러내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생각들에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눠주는 사람들을 통해 나와 같은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것과 나만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조금씩 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나는 스스로를 조금씩 치유해가기 시작했다. 


서서히 바람이 잦아들고 있음이 느껴졌다. 늘 내면에 휘몰아치던 칼날 같던 바람이 이전과는 달리 느껴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오던 구멍에 무엇인가 채워지고 있었다. 구멍을 채우고 있던 것에는 글도 있었고, 그림이 있었으며, 사람들이 있었다. 


내 곁에 있던 이 두 존재도 늘 내가 품에 안고 함께 서로를 채워줄 순간을 기다렸을지 모를 정도로 꼭 맞았다.






한번 생각이 바뀌기 시작하자 어떤 것으로도 이 구멍을 다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생겼다. 평생을 막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좌절감이었지만 외외로 그것을 이겨내는 데 그저 작은 노력만이 필요할 뿐이었다.


여전히 나는 그림을 그리며 많은 생각들을 통해 내 안에 구멍을 채워가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이따금 바람이 일고 슬픔이 찾아올 때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메워주길 바라던 때와는 달리 이젠 스스로 메우는 방법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을 한만큼 외로움이 점점 잦아들고 있다. 


외로움은 내가 노력하지 않아 생긴 부산물임을 알고 나니 마음마저 편해졌다.




모든 것은 언제든 날 채워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만 내가 노력하지 않았을 뿐이다. 노력하지 않으면서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는 것을 기적이나 행운이라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적이나 행운만을 바라는 삶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런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조금의 노력만으로도 삶은 크게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과 외로움과 공허함은 스스로의 노력에서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 같던 구멍이었는데, 이젠 어떤 것으로도 쉽게 구멍을 막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냥 누군가 채워주길 바라기만 했을 뿐 스스로 채울 노력을 하지 않던 때에서 한걸음을 나선 것이다. 


몇 해를 찾아다니던 답이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외롭게만 느껴지던 칼날 같던 바람이, 살랑이며 불어오는 바람이 되어 삶의 다음 페이지로 나의 손을 이끌고 데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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