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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Jul 26. 2017

안의 사람들, 밖의 사람들_2

울음


이것은 2015년 10월 12일에 작성했던 일기를 토대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그녀의 울음소리가 날카롭게 폐쇄병동의 휴게실에 울려 퍼졌다. 통화를 하던 그녀가 지르던 말에 비추어 보건대, 어머니와 다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입원을 한지 이틀도 되지 않은 새로운 얼굴이지만, 이미 몇 번인가 이곳에 들어왔다 나가길 반복했던 모양이었다. 


"여기에 갇혀있는 마음을 엄마가 알아? 돈을 엄마가 내니까 있으라고? 그럼 내가 내 카드로 낼 테니까 엄마가 여기 있어봐!"


그녀는 연신 핸드폰을 붙잡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어떤 문제로 그녀가 이곳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의로 입원을 택했던 나와 달리 그녀는 어머니가 입원을 시킨 모양이었다. 


그녀가 어떤 이유로 왔길래 저리도 서럽게 울음 섞인 소리를 연거푸 토해내는 것일까? 그러나 물어볼 이유도 없거니와 물어볼 정도로 궁금하진 않았기에 굳이 그것을 물어보진 않았다. 


꽤나 오랜 기간 얼굴을 매일 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 하루 이틀 만에 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또 꽤나 오랜 시간 병원에 있었지만, 내가 들어온 이후 퇴원을 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지나치다 보니 왜 이런 곳에 와 있는지, 밖에서 무엇을 하였는지 등을 묻는 것에는 어떤 의미도, 이유도 없는 인사치레 정도의 말이 되어버렸다. 그런 질문은 이제 단순히 나에게도 또 다른 이에게도 둘 사이의 적막함을 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공허한 말이 된 지 오래다.

 

병동내에서 다른 이들과 자신들은 동떨어진 섬처럼 움직이는 부류들이 있다. 그들은 대체로 누군가 다가오면 벽을 한없이 두껍게 자신들의 섬에 세워 올렸다. 그리고 자신들은 여기 있는 이들과는 다른다고 생각하며 거리를 두는 모양인 듯싶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떠나갈 때도 멋쩍은 웃음을 띠며 잘 지내라는 간단한 인사말을 던지고 가는데, 떠나는 뒷모습에도 여전히 동떨어진 섬처럼 느껴지는 것들은 여전했다. 


그녀는 이곳에 갇혀있다고 느낀 것이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닌 곳에 있는 하나의 섬처럼 벽을 치고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내가 보기엔 바깥과 이곳은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 말이다. 아니 오히려 밖이 안보다 더 이상한 공간이었다고 느끼고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나 역시 하나의 섬처럼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실 다른 이들과 대화는커녕 눈도 잘 마주치지 않는다. 그들은 내게 음식을 권하기도 하고, 병실에서 몇 마디 이야기를 건네기도 한다. 그럴 때 적당히 웃음으로 대답하지만, 그것들에 마음을 깊게 쓰진 않는다. 


폐쇄병동에 들어온 지 한 달가량. 나는 여전히 상담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고, 집단 상담에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모두가 치료를 받으러 들어가면 몇 사람 남지 않은 병동의 휴게실에 앉아 책을 보길 즐기고 있다. 서서히 이곳의 생활이 편해지고 익숙해지고 있다. 인생이란 흐름 위로 그냥 둥둥 떠다니는 섬과 같은 존재에 익숙해지고 있다.


바깥에서 살아갈 때도 나는 섬과 같은 삶을 살았다. 남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늘 괴로워하며 스스로 섬이 되었다. 안에서 살아가는 지금도 여전히 섬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딜 가든 섬처럼 살아가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바깥으로 다시 돌아가도 여전히 섬처럼 표류하며 지내게 되겠지. 그렇지만 이곳에서의 섬은 바깥에서보다 덜 외롭고, 덜 괴로운 느낌이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아마도 안과 밖의 세상이 크게 다르지 않고, 때로는 밖이 더 이상한 세상이라 종종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 같다.


한참 동안 소리를 지르며 통화를 하던 그녀는 보호사와 전공의의 부축을 받으며 상담실로 향했다. 

다시 조용해진 공간 적막해진 공간을 가로질러 보이는 창가에 유독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무척이나 맑고 높은 가을 하늘이 창가 너머로 펼쳐져있었고, 나는 읽던 책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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