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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Aug 01. 2017

아침잠

늦게까지 깨어있느라 수고했어요

어제도 밤늦게까지 깨어있느라 수고했어요.
잘 잤나요?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길 바래요.



세상이 어두워지고 소리가 잦아드는 밤이 되면, 나는 반대로 더욱 깨어난다.

그렇게 밤이 되어야 생각이 많아지고,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보는 시간들에 더 집중을 하게 되는 편이다.

아무리 여유로운 낮이라도 밤에 활동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창의적이며, 열성적인 사람이 된다.

그런 것을 보면 나는 아침형 인간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회사를 다니는 탓에 오전 7시 30분이면 일어나야 하지만, 잠드는 시간은 늘 2시나 3시가 넘어서 일 때가 많다.

불을 끄고 누워도 잠이 쉽게 오지 않는 편인지라, 그럴 바엔 그림이라도 그리자며 일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때론 그런 탓에 기왕 그리기 시작한 그림을 완성하겠다고 새벽 4시나 5시까지 깨어 있을 때도 더러 있다.

오랜 시간 습관이 그렇게 들어버린 탓인지, 잠을 줄여도 회사에서는 나름 열심히 할 수 있어 일에 지장이 가지 않는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아마도 주말에 몰아서 자는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잠들기 전 보았던 시간은 새벽 4시였다. 그대로 동이 터 오르는 것을 보고 잠들까 싶었는데,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 요란한 알람 소리에 비비적 거리며 일어나 출근을 준비한다.


몽롱한 정신으로 고양이 밥과 물을 갈아주고, 문을 잠그고 돌아서며 오늘은 어떤 그림을 그릴까 생각하며 집을 나선다. 그런 생각으로 오늘 하루도 회사에서 잘 버틸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함께 밤에 그림을 그리는 친구가 생겼다. 

다행히 같이 그림을 그리는 친구도 아침형 인간은 아닌 모양이다. 조용히 가라앉은 밤에 같이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 함께 그림을 그리는 친구가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만나서 같은 공간, 시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선가 함께 그림을 그리는 친구가 있다는 것에 많은 위안을 느끼곤 한다. 


이전에는 혼자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이젠 누군가와 함께 그리는 순간들이 더 기분 좋게 느껴진다. 그림을 홀로 그리는 것이라 외로운 과정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함께 그리는 즐거움을 알고 나니 이젠 혼자 그리는 때가 적적하게 느껴질 정도다. 


다행이다. 그림이 외롭지 않아서. 


그림은 그나마 지금의 나를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생각을 하고, 표현을 하고 담겨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지금 내가 살아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는 유일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에는 그것을 몰라 너무나도 많은 자학만을 해왔는데, 이젠 그런 것을 그림으로 담아 그리게 되어서 그나마 잉여나 낙오자가 아닌 삶을 걷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나를 사람답게 만드는 과정에 함께해주는 친구가 있어 참 다행이다. 함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즐겁다고 해주어서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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