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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Oct 25. 2017

바다에 가고 싶다.

뭐든지 멀어지고만 있는 듯한 기분들



바다에 가고 싶다.

백사장을 걸어본 적이 언제던가.


당장 해야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 다 놓고 훌쩍 떠나고 싶다.

석양이 내려 앉기 시작한 파도 위로 반짝임을 바라보며 해변을 하염없이 걷고 싶다.


왜 그런가 하고 물으면 왜 그런지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

누구나 그렇듯 내게도 그냥 이유없이 그런 날들이 있을 뿐이다.


아니 가만히 생각해보며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래저래 할말은 많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대답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부질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부질없을 말 대신 그저 귓가에 파도소리만 하루 종일 맴돌고 있다.


다 놓고 떠나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책에이나 영화나 TV에도, 블로그나 이름모를 게시판의 댓글 한 귀퉁이에도.


떠날 용기가 아직 없어서일까.

아님 아직 떠날수 없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떠나지 못할 사람들에게 용기가 없어 선택하지 못한다고 질책하는 것만 같아서 그동안 다 놓고 행복을 찾아 떠나라는 말을 그토록 경멸해왔는데, 오늘 내 귓가에 밀려왔다 멀어지길 반복하는 파도소리가 온종일 나를 괴롭히고 있다.


사실 너는 용기가 없다는 것을 숨기고 싶어서 그것들을 경멸해온 것은 아니냐며 나지막히 따지듯이.  


모두가 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떠날수만은 없다. 자기 자리를 지켜야하는 순간들도 있는 법이다.


그렇게 다짐하는 말 한마디를 쓰디쓴 감기약처럼 목구멍 너머로 삼켰다.


그래. 오늘 일단 이렇게 또 하루를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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