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화 필라델피아 감옥 _ 이스턴 스테이트 페니텐셔리
마음속 공간에 작은 감옥을 만들어 좋지 못한 오래된 기억들을 하나씩 가두곤 했다.
그렇다고 그 기억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고 나올 날만을 기다리며 아우성치는 죄수들처럼 마음을 휘저을 뿐이었다.
가둬버린 기억들은 점점 고인 물이 썩어가듯 내 안에서 곪아갔고, 곪아 터진 마음에 잠식되듯 감옥 안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목구멍까지 차올라 나를 쓰러뜨렸다.
그렇게 찾아간 폐쇄병동에서 감옥에 갇힌 죄수와 같이 생활했다. 하지만 그리 나쁠 것은 없었다.
그러던 겨울의 어느 날 쇠창살이 가로막은 창가에 기대앉아 이곳에서 나가려면 내가 가둬버린 것들도 함께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간다면 반드시 이 것들과 좋은 이별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필라델피아에 있다는 감옥이 담긴 사진을 바라보다가 그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좋지 못한 감정들을 드러내고 밖으로 표출해가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요즘.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정작 괴롭다가도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에는 마음속에 잠겨있던 빗장이 열리는 해방감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괴롭던 날들이었지. 그렇지만 잘 견뎌왔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각자 겪었던 어려웠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를 나누며 우린 서로 작은 위로들을 주고받았고, 그때 문득 나는 나를 어떻게 용서하기 시작했는지 떠올랐다. 그리고 오래전 담아두었던 필라델피아의 감옥 사진을 꺼냈다.
현재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유적지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오래전 마음속에 만들었던 감옥이 떠올랐다.
좋지 않은 감정이나 기억들, 슬픔이나 아픔을 가슴에 담아두고 참아내며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드러내고 표현할 때 해갈되는 감정들도 있는 법이다.
묵묵히 참아내기보단 드러내고 스스로 상처를 핥아가는 것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할 때도 있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며 내 감정들과 하나씩 화해를 해간다. 스스로를 용서하고 괜찮다고 다독이는 것.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이럴 때 참 감사하다고 새삼 느끼곤 한다.
펜화 필라델피아 감옥 _ 이스턴 스테이트 페니텐셔리
펜화로 그린 뒤 색연필로 채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