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전해준 소리
겨울이면 늘 바다를 보러 가곤 했다. 동해든 서해든 남해든지 상관은 없었다. 그저 그냥 파도를 바라보고 오면 기분이 좋았다.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가라앉은 감정이 매번 좋은 기분을 가지게 했다.
바다는 늘 나의 어딘가를 품고 말없이 들어주고 쓸어주는 기분이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격하게 요동치는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오고 나가길 반복하는 감정과도 잘 닮아있다.
몇 해 전 삶의 모든 것이 힘들어졌을 때, 힘든 몸을 비척거리며 겨울의 바다를 찾았던 적이 있다.
적막하고 인적이 없던 밤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참 인상적이었다.
쏴아-
밀려오는 소리가 마치
살아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온 바다가 내게 그렇게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파도는 나에게 그렇게 살아가라 말을 전해왔다.
이후로 해마다 겨울 바다를 한 번씩 찾아가곤 했다.
그리고 매번 많은 힘을 얻었던 그때를 떠올리며 청량한 겨울 바다를 마주했다.
아직 가시지 않은 겨울의 한 지점.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아직 차다.
어쩐지 오늘 나의 하루는 힘이 겨울 것만 같다.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마주할 것만 같은 기분이 인다.
삶에 몰아치는 파도가 매번 잔잔하고 고요할 수만은 없는 것일 테지.
잠시 업무를 미뤄두고 거센 파도가 잦아들고 다시 잔잔해지길 기다리며 그날의 파도 소리를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