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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Dec 27. 2019

직장인의 취미 미술

퇴근 후 연필 드로잉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잠시 뭔가를 하다 보면 금방 10시나 11시가 되기 일쑤입니다.

그러다 보면 그림을 그리기가 참 애매해집니다. 뭔가 붙잡고 그리자니 새벽 1시나 2시는 될 것 같아서 말이죠.

특히나 요즘처럼 장시간 그려야 하는 그림이 있을 때는 더욱 마음이 불편해지곤 해요. 

그림을 그릴 것인지, 다음날 출근을 위해 일찍 잠을 잘 것인지 몇 번의 고민이 반복됩니다.


참 그림이란 게 막상 그리려고 마음먹으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이럴 때 힘이 듭니다. 자꾸 미루고만 싶고요. 재능이 부족한 저로서는 꾸준히 그리는 것 밖에 답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뭔가 그리지 않고 하루를 그냥 보내버리면 격한 죄책감이 몰려오기도 하거든요.


그 실력에 잠이 오냐.

이런 소리가 자꾸만 들려오는 것만 같아요.


결국 가볍게 연필 드로잉이나 하자며 힘겹게 책상에 앉아봅니다.




이런 고민은 사실 어제오늘의 고민은 아닙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 저를 괴롭혀온 문제입니다. 예전에도 이런 만화를 그렸던 흔적들이 가득하고요. 


뭐라도 그리자며 책상에 앉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밀린 숙제를 하듯 그리는 것이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기에 무엇을 그릴 것인지 탐색해봅니다. 이럴 때는 보통 평소 관심 있게 보며 저장해둔 저만의 아카이브를 뒤져보는 편입니다. 그럼 그 안에 그리려고 찾아둔 것들이 가득하죠. 그림을 그릴 수 없을 때 종종 사진이나 정리한 생각을 바탕으로 모아둔 것들이 이럴 때 요긴하게 쓰입니다.


뭐라도 하나 그림을 그리고 나면 그냥 흘라가 버릴 수 있었던 하루에 그림 한 장이라도 남겼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또 오늘 그림을 남긴 만큼 다음 그림이 조금이라도 성장해 있을 거라는 기분도 들고요. 

연필 드로잉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던 만큼이라도 늘겠죠. 매일 그렇게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는 방법 외에 잘 그릴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퇴근 후 취미로 미술을 한다는 것이 그나마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일이다 보니 더욱 몰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삶을 보다 유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귀중한 과정이기도 하고요. 


한때는 모든 것이었던 그림이 이렇게 취미로라도 남아 저의 삶을 유익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직장인이 가지는 취미라는 것이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겠지요. 


간단하게 그려진 그림이지만 지나가는 일상 위로 이렇게 또 그림 한 장을 남겨둡니다. 


https://youtu.be/6uzb4T6IR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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