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상징이 된 동백, 4.3 사건과 화가
제주 곳곳에 붉은 꽃이 피어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많은 것이 무채색이 되어가는 계절이지만, 제주는 독특하게도 곳곳에 붉은 색이 맺히는 계절이 되곤 합니다.
제주로 이주하고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이 4.3 사건입니다.
5.18 민주화 운동처럼 사건이 가진 의미가 뒤에 붙는 것이 보통인데, 제주 4.3 사건은 그냥 사건으로 명시되어 어떤 의미가 규정지어지지 않은 아픈 역사입니다. 많은 다큐나 뉴스를 찾아봐도 도통 그것들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강요배 화가가 제주 4.3 사건의 아픔을 담아내며 많은 동백을 그려내었는데, 이후 제주 4.3 사건에 상징으로 동백이 자주 등장하게 되었죠. 현재는 제주 4.3 사건 = 동백이라는 자연스럽게 연관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화의 힘이 참 대단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누구도 쉬이 언급하지 못하던 사건을 동백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그것을 상징화시켜낸다는 것 말이죠.
저 역시 그런 힘을 가진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강요배 화가와 같은 이야기를 할 그릇을 품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절실히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단지 겪었던 것들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낼 뿐이죠.
과거에는 그것들이 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대동소이하게 누구에게나 비슷한 아픔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전히 저만의 고민이던 것을 풀어놓으면 누군가 자신도 그러하다 공감을 합니다. 저만의 이야기는 그 시점에 세상 어딘가에, 홀로라고 생각했던 그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는 이야기로 혼자만이 그렇지 않다는 위안을 느끼게 해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게 합니다.
그림을 왜 그리냐는 질문에 매번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하며 자신을 치유해나가는 과정이라 답해왔습니다.
요즘은 조금씩 그것을 넘어 60억 중 1이라 느낄 그 누군가에게 나도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으니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졌습니다. 그로 인해 그도 위안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이 보잘것없는 실력으로 매일 몸부림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참 그림을 그리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