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작품 두 가지 중 두 번째, 브랜드매니지먼트.
나만의 독창적인 브랜드와 로고를 만드는 과제다.
과목을 맡으신 선생님께서 다소 악랄(?)하게도 사람들이 대화 주제로 가장 꺼리는
‘정치, 종교, 성’ 중 하나를 주제로 잡고 캠페인을 하라시던.
그리고 그중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정치를 선택한 (당시 기자를 꿈꾸던…) 노노루.
‘대한민국 헌법을 읽자’를 모토로 잡고
1948년 7월 17일에 제정된 헌법을 의인화하는 컨셉이다.
이른바 환갑을 넘은 나이의 ‘김헌법 할아버지’.
과연 대한민국 헌법을 읽어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제헌 헌법은 전문과 본문이 130개 조, 부칙이 6개 조로 약 14,000자로 이뤄져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헌법을
당시 만 62세 헌법 할아버지가 실종된 것으로 방향을 잡고
‘사람을 찾습니다’ 캠페인을 벌였는데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실종 전단지를 돌려보고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헌법 말하기·듣기·쓰기로 바꿨다.
(알고 보니 이것도 요즘 학생들은 모르는 엄청 옛날 교육과정이더라)
여기서부터 진행상황에 따라 캠페인팀(프로젝트 대면 홍보에 집중)과
브랜딩팀(프로젝트 작업물 다양화에 집중)으로 나뉘었는데,
이미 캠페인을 한 번 해본 노노루는… 브랜딩팀으로 도망쳤다.
우선 헌법 소책자.
헌법 전문의 각조를 136명의 목소리와 글씨를 담아 녹음파일과 소책자를 만들었다.
136명… 말이 쉽지.
1학년 때부터 수업 들었던 교수들께 메일 다 보내고,
학교 다니는 주변 지인들한테 다 연락하고,
불교법회 찾아가서 어르신들께 부탁드리고,
영어회화학원 가서 사람들에게 요청하고,
심지어 서울역 가서 쌩판 모르는 사람 붙잡고 아쉬운 소리까지…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어떻게 다 했나, 참.
(분명 캠페인을 안 하겠다고 도망쳐온 노노루인데, 왜 또 이러고 있지?)
두 번째, 헌법 말·듣·쓰 교과서도 제작했는데
당시 4학년 국어 말하기·듣기·쓰기 교과서를 구입해서 패러디했다.
일러스트를 그려본 적이 거의 없어서 도서관에서 포토샵 책을 빌려다 공부하고,
비루한 실력의 인디자인(책 편집 프로그램)도 다시 가다듬었다.
어느 공강 낀 목, 금, 토, 일 4일 동안 교과서 작업을 위해 하루 종일 컴퓨터 붙잡고 매달렸는데
사실 일러스트레이터 노가다가 적성이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졌던 기억이다.
마지막으로 수능 시험지를 도용(!)해서 문제지까지 완성.
마침 갓 수능이 끝난 시점이라 기출문제가 pdf로 올라왔는데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은 pdf를 불러오면 레이아웃을 그대로 살려 쓸 수 있어서
덕분에 촉박한 일정에 엄청 편하게 만들었다는 웃픈 이야기…
내 덫에 내가 걸렸나, 대면 홍보 안 하겠다고 바꿨는데
캠페인팀, 브랜딩팀, 결국 둘 다 한 것 같은 작업들이었지만,
우리 삶과 나름 찐하게 얽혀있는 헌법을 다뤄볼 수 있어 엄청 뿌듯했다.
찐 노력의 결과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