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어 작품 두 가지 중 첫 번째, 시각디자인프로젝트.
경험이 부족하고 실력도 모자란 타과생 노노루의 지도교수 같았던 경선쌤.
지난 화에 미대 크리틱 할 때도 경선쌤 뒷모습이 나왔고,
시각디자인 첫 전공 ‘공공디자인’ 수업 이야기 때도 등장하셨던,
복수전공생 노노루의 정신적 지주랄까.
츤데레처럼 엄청 시니컬하시고 깐깐하시지만 그만큼 꼼꼼하고 세심하게 가르치신다.
졸업전시 1학기 수업은 Visual Manifestation, 광고 포스터 제작하기.
시각디자인 전공 커리큘럼을 훌쩍 건너뛴
(복수전공 3.5학기 만에 졸업전시를 하느라, 2학년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막학기에 들었을 정도…)
노노루의 실력은 구멍 그 자체였다.
과제 주제는 N7W in Nature,
2010년대 제주를 휩쓸었던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
3주 차에 최초로 내보였던 작업물. 표현을 탐색하는 중에는 A3에 작게 출력한다.
초반 작업 사진이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지적하셨다.
그러니 ‘김영갑’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라고.
선생님 방에 1:1 크리틱을 갔을 때 기억이 선명한데,
서가에 빼곡히 꽂혀있는 책과 독특한 디자인의 책상까지…
형용할 수 없는 디자이너의 포스랄까.
노력으로 버티던 노노루의 무모함을 따뜻하게 꾸짖기도 하셨다.
4주 차에 김영갑 작가의 사진을 도용(!)해서 A2에 출력해 간 작업물.
“이런 바둑판 레이어는 교차지점에 잔상이 남기 때문에 쓰지 않지.
노노루는 2학년 기초시각디자인 같은 수업들을 건너뛰어서 졸전 수업을 듣기엔
기본적인 디자인 소양이 많이 부족해.”
처음으로 통렬하게 부끄러웠다.
2, 3학년의 시각디자인 과정을 제대로 밟지도 않은 채
그냥 욕심으로 당장에 4학년 과정을 듣고 있는 내가,
그래서 타이포나 배치 같은 기본적인 시각적 지식조차 없는 내가.
그동안 조금씩 느끼면서도, 그래도 노력으로 버티면 되겠지!
하고 뭉쓰고 애써 무시하려 했던 게 너무 가슴 깊이 박혔다.
더욱 전문적으로, 열심히 해야겠구나 반성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완성(?)된 A1 크기의 최종 작업물.
선생님도 이 중생이 참 답답하실 텐데, 일부러 화면 구성까지 잡아주셨다.
글자 크기나 배치까지 많이 손봐주셔서 겨우겨우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동안의 수업시간 내내, 다른 학생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실력으로
선생님께 괜히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선생님께서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하실까 엄청 고민하고, 걱정했는데
메일에 이렇게 노력하면 졸전에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 주셔서 진짜 날아갈 듯이 기뻤다.
힘이 불끈불끈.
그래, 악으로 깡으로 버티자!
2학기는 본격적인 졸업전시 과제 준비, 시각디자인프로젝트.
당시도 3년 차 채식인(비건지향이란 말도 없던 시절)이던 노노루는
육식주의, 특히 소가 수정되어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객관적은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졸업전시에 전시했던 작업물. ‘소들이 맛있는 고기가 되어 우리에게 오기까지.’
인공적으로 수정(강간)되고 뱃속에서 자라나 9개월 차에 태어나고,
육질 때문에 뿔 성장 억제제로 뿔이 자라지 않게 되며
5개월 차에 어미소와 헤어진 수송아지는 거세된다.
자연 수유 12개월을 못 채우고 인간에게 우유를 빼앗긴 송아지는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를 맞으며 비육되고
육질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20개월에 도살될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사람의 나이로 겨우 10대, 앞니가 4개인 시점이다)
뇌 타격법으로 도살되고 뒷자리가 체인으로 끌어올려져 피가 제거되고
기계로 가죽이 벗겨지고 내장이 꺼내지고 척추가 잘리어
세척되고 해체되어 비로소 고기가 된다.
선생님과 중간중간 주고받는 피드백 메일에서
‘일취월장하고 있다‘는 선생님의 격려는 노노루를 감동시켰고,
차근차근 프로젝트를 마무리해 무사히 작품을 전시할 수 있었다.
역시나 결코 쉽지 않았던 또 다른 과제,
브랜드매니지먼트는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