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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력가노루 Jul 22. 2024

::: 이과생의 좌충우돌 미대 졸업기 <10>


드디어 코 앞으로 다가운 졸업전시.

미리 공개된 졸업전시 포스터에 마음이 설레었다.

이날이 진짜 오긴 오는구나…

졸전 준비는 다 함께 모여 전시장에 놓여 작품이 걸릴 가벽을 하얗게 페인트 칠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전시 당일 오픈하기 직전, 마지막에 마지막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노노루의 시각디자인프로젝트(육식주의 포스터) 전시는

소품으로 아이패드가 필요했는데

당일 오전 종로까지 찾아가서 가져와야 했고

브랜드매니지먼트 작업도 전시물만 덜렁 올리는 게 아니라서 검은 천도 직접 구입해야 했다.

 디스플레이 자체도 신경 쓸 게 진짜 많다는 뒤늦은 깨달음!

게다가 아이패드가 도난·분실될까 봐 전전긍긍해서 도난 방지 울림 장치를 해 놓은 것도 모자라

전시기간 동안 매일 아침 10시에 설치하고, 오후 6시에 철수했다.

‘지키미’라고 전시실에서 손님 응대(?)와 경비(??)를 서는 역할을 돌아가며 맡기로 했는데

노노루는 매일 오가다 보니 전시실 NPC가 되어버린…

지나가는 사람마다 다 오늘도 지키미냐며.

난방이 안 되는 곳이라 전시가 끝날 때까지 덜덜 떨면서 책을 읽고

집에 가면 떡실신하는 날들로 전시 기간을 보냈다. (끝까지 고생할 운명…)

사실 졸업할 때 졸업장에 복수전공이 어떻게 기록될지 매우 궁금했었다.

졸업식 하는 날, 과사에서 받아온 졸업장에

두 개의 전공이 한 치의 우열도 없이 나란히 찍혀있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감격이던지…

(심지어 주전공·복수전공에 대한 언급도 없이 이학사 및 미술학사로 쓰여있었다)

졸업식에 엄마께 학사모와 학위복을 입혀드리는 소원도 이뤘다.

생각해 보면 입학하자마자 다짜고짜 미대 전과 하겠다고 난리 치고,

안 되지 복수전공 하겠다던 딸을 믿어준 고마운 부모님.

이 만화를 그리면서 엄마께

“내가 전과한다고, 복수전공 한다고 했을 때 왜 흔쾌히 허락했어?”라고 물으니,

하시는 말씀.

“… 너 어차피 엄마 말 안 듣잖아.”

한참 채식에 빠져있을 때라 졸업 후 그린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

그때도 유명했던 국내 1호 환경디자이너,

국민대 시각디자인 윤호섭 교수께 배우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뒤늦게 향수병에 걸려 내 고향 제주에 돌아가기 위해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바로 신문/방송기자. 즉, 언론사 취직에 도전!

(엄마, 또 미안~)

겁도 없고 철도 없는 노노루의 중구난방 도전기는 언제쯤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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