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지와 하우스
캠브리지 대학원에 지원할 때 같이 알아봐야 하는 게 컬리지(college)다. 여기는 학과 합격과 별개로 컬리지에서 승인을 해줘야지 최종적으로 입학이 결정된다. 캠브리지에는 총 31개의 컬리지들이 있다. 그중 세 개의 컬리지, 그러니까 St. Edmund's, Wolfson, Hughes Hall은 만 21세가 지난 mature students만 받는다. 각 컬리지마다 자본, 장학금, 숙소의 크기와 위치, 학비 지불, 식당 및 카페 보유 여부가 달라진다. 어떤 컬리지에 있느냐에 따라 대학 생활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캠브리지와 호그와트가 비슷하다 느꼈다. 학생들이 그리핀도르, 슬리데린, 허플퍼프, 레이번클로와 같은 그룹으로 나뉘고 각자 하우스에 따라 다르게 생활하는 것이 말이다. 캠브리지로 비유하자면 같은 그리핀도르라는 하우스(컬리지) 안에 해리포터는 수학을 전공하고 헤르미온느는 사회학을 전공하는 격이다. 그만큼 특정 컬리지의 인기도나 지원순위가 확연히 높다.
먼저, 제일 유명한 King's College다. 여기는 캠브리지의 중심가 중에서도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 가장 유명한 식당들, 마켓, 관광지에 모두 인접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거쳐가는 곳들 중 하나다. 다만 킹스 컬리지 학생이 아니라면 무작정 출입하지 못한다. 사실 이런 컬리지들이 상당히 많다. 인기가 없는 변두리 컬리지일수록 학생증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심지어 같은 캠브리지 학생이더라도 그 컬리지 학생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 킹스 컬리지에 입장하려면 Chapel 구경이 목적이어야 하는데 여는 시간과 날짜가 불특정 하다는 단점이 있다. 킹스 컬리지는 부지도 넓고 지어지는 데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몇 개의 컬리지들보다 먼저 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완공까지 훨씬 더 오래 걸렸다. Chapel이 주된 원인이었는데 오래 걸린 만큼 상당히 넓고 스테인드글라스가 화려하다. (아래 사진 참고)
게다가 킹스 컬리지에는 유색인종이 들어가기 어렵다는 소문이 있다. 역사적으로 이튼 스쿨 졸업생들을 주로 받는 컬리지인만큼 영국인 귀족 학생들만 받는 것이 전통화 되어있는데, 현재까지 이어지는지는 미지수다. 내가 아는 킹스 컬리지 다니는 한국인은 한 명 정도이긴 하다.
그다음은 영국 제일가는 부자인 Trinity College다. 캠브리지 대부분의 부지와 영국 전체에도 엄청난 양의 땅을 보유 중이다. 영국 여왕과 영국 교회 다음으로 영국에서 땅을 제일 많이 갖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장학금도 엄청나고 학생에게 지원해 주는 양의 자본 자체가 다르다. 심지어 다른 컬리지들이 가난하거나 파산할 시에 도와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트리니티 컬리지 앞에는 뉴턴의 사과나무가 있다. 사실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그 사과나무는 아니고 그 나무의 먼 자손이라 한다. 여기도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는 컬리지는 아니다. 나는 마찬가지로 Chapel에서 하는 재즈 공연을 들으러 들어갔던 적이 있는데 실로 웅장했던 기억이 있다. (아래 사진 참고)
세 번째는 또 하나의 거대한 컬리지, St John's College다. 킹스 컬리지와 트리니티 컬리지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 정문은 작아 보이나 그 뒤로 어마무지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복도를 지나면 또 다른 복도가 나온다. 그렇게 통곡의 다리까지 이어진다. 베네치아의 통곡의 다리를 생각한다면 그게 맞다. 빅토리아 여왕이 다리를 보더니 이탈리아의 그 다리 같군요라고 평가했고 그다음부터 이름이 통곡의 다리가 됐다. 캠브리지에서 펀팅을 하게 되면 이 다리를 중간에 지나게 된다. 다리를 건너도 저 멀리까지 컬리지가 이어진다. 한쪽 끝에서 다른 한쪽 끝까지 걸으면 족히 20분은 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심지어 이 컬리지 안에는 영화관이 있다. 직접 가본 결과 실제 영화관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직접 셀렉한 영화들이 상영이 된다. 나의 경우 여기서 Babylon 영화를 봤다. (아래 사진 참고)
네 번째는 다우닝 사이트를 책임지는 Downing College다. 보통 이과생들이 Downing site에 Department가 있어서 여기서 연구를 많이 한다. 이 주변으로 식당들도 아주 많아서 외식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 캠브리지 역과도 가까운 편이다. 여기는 해가 떠있을 때는 게이트가 열려있어서 관광객도 입장할 수가 있다. 물론 건물 안까지는 못 들어간다. 가운데 거대한 풀밭들이 있고 그 주변을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풍경이다. 다우닝 사이트에서 밥 먹고 영화 보고 카페에서 커피 테이크아웃해서 다우닝 컬리지 산책하면 딱이다. 다만 해가 지는 때 문이 닫힐 수 있으니 주의 바란다. (아래 사진 참고)
마지막으로 나의 자랑, 나의 컬리지 Queens' College이다. 따옴표가 s 뒤에 붙는다는 게 중요하다. 여러 여왕들에 의해 지어진 컬리지이기 때문에 그렇다. 퀸스 컬리지는 킹스 컬리지 바로 옆에 붙어있다. 그리고 그 유명한 관광 포인트인 수학의 다리가 위치해 있다. 펀팅을 할 때 시작점은 이 수학의 다리다. 여기도 같은 캠브리지 학생이라도 이 컬리지 학생이 아니라면 입장할 수 없다. 퀸스 컬리지는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학과의 사람들이 모인다. 그만큼 토종 영국인 수가 적은 컬리지이기도 하다. 브런치가 특히 맛있기로 유명하고 숙소 위치도 너무 좋다. 보통 학부생들은 컬리지 안에서 숙식하고 그 외 석박사 생들은 컬리지 보유 숙소에 묵게 되는데 내가 묵는 곳은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묵을 수 있게 규모가 크고 가격대는 월세가 저렴하면 80만 원, 비싸면 150만 원까지도 뛸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이 ensuite가 아닌 화장실, 주방, 욕실 공용 시설이다. (아래 사진 참고)
그 외에도 수많은 다른 컬리지들이 있으나 하나하나 설명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다. 최근에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Selwyn College에 있는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는 편이다. 이렇듯 접근이 가능한 컬리지들의 도서관 또는 카페를 오가며 공부를 할 수 있는 게 이 대학교의 진정한 장점이다. 오늘은 이 컬리지 가고 내일은 저 컬리지 가서 공부해야지가 가능한 대학들이 얼마나 될까?
보통 소속 컬리지에 따라 아우라가 달라진다. 도시 중심 부근에 있을수록, 그리고 그 이름이 유명할수록 모두가 부러워한다. Girton의 경우 저 북쪽 멀리에 있기 때문에 모두가 안쓰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렇게 같은 캠브리지, 같은 대학에 있더라도 그 안에서 또 위계질서가 달라지는 거다. 물론 유명하지 않은 컬리지라 해서 불이익이 크게 있지는 않다. 다만 각자 다른 컬리지마다 다른 소속감과 명예, 시설과 자본이 달려있기에 초반 컬리지 선택이 그만큼 중요하다. 물론 특정 컬리지를 지망한다고 해서 거기에 붙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컬리지 선택이 호그와트와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마치 말하는 모자를 쓰고 무슨 하우스에 배정받을까 두근거리던 모습이 마치 내가 어떤 컬리지에 붙을까 고민하던 내 모습과 비슷해 보여서 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