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는 무슨 임보.
작년 초, 구구를 보내고 다시는 집에 동물을 들이지 못할거란 생각을 했다.
죄스러움과 그리움, 뜨겁고 먹먹한 감정들때문에 뭔가 다른 동물과 함께 산다는건 생각지 못했고, 내가 앞으로 할 일은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땅콩문고를 지나가는 숯검댕이 치치를 보게 되고, 치치가 우리집에 오고 그 다음날 뽀뽀가 우리집에 오면서 구구가 떠난 우리집이 좀 달라짐을 느꼈다.
동물이 있으면 더 많이 치워야한다.
매일 아침저녁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책상이나 식탁에 깨질만한 물건이 없도록 치우고, 애들이 이상한것을 먹지않도록 음식물이나 작은 끈, 소품도 잘 정리해야한다.
치치는 온지 삼주만에 발정이 왔다. 아마 첫 발정이 아니었을거고 데크에 밥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이 열마리는 족히 되니 그녀석들의 냄새에도 자극을 받았을거다. 발정기간동안 치치를 달래느라 애먹었고, 지금도 언제 뽀뽀가 또 발정이 오진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 고양이들을 급하게 중성화시키지 않은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경험으로 볼때, 집에 완전히 적응한 후 중성화수술을 하는것이 심리적 안정감측면에서 훨씬 낫다는 경험이 있기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이 고양이 전염병이 도는 시기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것도 정말 중요하다. 주변에 올 초 전염병때문에 피해를 보고 세마리나 무지개다리를 건너보낸 지인이 있어서 이 부분도 나에겐 중요했다.
동물이 있으면 더 빨리 집에 가야한다.
밥을 챙기고 화장실을 치우고 물을 갈아주는것, 매일 조금씩 놀아주고 쓰다듬어 주는시간이 꼭 필요하다. 내가 필요할때 위로받는게 아니라, 같이 살고 같이 사랑하고 서로 더 신경쓰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
키우기로 하고,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고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다.
삶이 항상 실수 투성이인것을 알고, 또 매번 결심을 꺾고 새로운 결심을 하지만 그래도 생명을 거두고 돌보는데에있어선 더 세심하게 더 많이 고민하고 결정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