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까지가 너무 어려워
한동안 이웃에 사는 요가선생님께 요가수업을 받다가, 더이상 수업진행을 못하시게 되어 운동을 쉰지가 한달쯤 되어간다. 집에서라도 살살 해야지.. 하던 처음의 마음은 어디로 가고, 운동은 머릿속으로만 하는것이 되어버렸다. 요즘 날이 안좋아서인지 찌뿌둥하기도 하고, 그간 운동해왔던 몸이 이대로 뻣뻣해지면 안될것 같아서 유투브 영상을 틀어놓고 오랜만에 요가를 해보기로 했다.
정식으로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진 않았어도 매일 스트레칭을 하고 있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몸의 신호는 내 생각과 완전히 달랐다. 자세도 호흡도 사용해야 하는 근육도 영 제대로 되고 있지않다는것이 확실히 느껴졌다.몇년간 운동했던 근육들아! 내 노하우야! 다 어디로 간거니???
15분쯤 한것같았는데, 실제로 영상을 따라한 시간은 5분여밖에 되지 않았다는것도 충격이었다.
영상으로 보면서 따라하는것은 포기하고 어렵지 않은 몇개의 자세를 반복하면서 근육과 뼈사이에서 두둑두둑 하는 소리를 듣는것과 지근한 고통이 기분좋게 느껴지는것이 좋았다. 쓰지 않아 굳어있는 근육들 사이사이로 시원한 공기가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또 어느부분이 지금 잘 안되는지를 확실히 알수있다는것도 좋았다. 내가 늙으면 이곳부터 무너지겠지. 어서 근육을 보완해두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평상시에는 거의 앉은 자세로 생활하게 된다. 특히 따뜻한 곳에 앉아서 작업하는 동안에는 모든 근육을 늘어뜨린채로 일하게 되는것 같다. 일에 집중할때는 특히나 더 나쁜 자세로, 편안한 머릿속을 유지하게 되는데 운동하는동안 새로운 근육을 쓰고 고통과 기쁨을 맛보면서 새로운 생각들이 머릿속으로 들어 오는것 같다.
집안, 작업실의 공기를 바꾸려고 환기를 하는것처럼 몸안의 공기와 에너지도 이렇게 한번씩 바꿔주는것이 필요한것 같다.
내가 요가를 하는동안, 치치와 뽀뽀는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새로운 자세가 궁금한것 같기도 하고, 잔잔한 음악이 편안하게 느껴지는것 같기도 했다.
요즘 치치는 머리끈을 물고와서 던져달라고 한다. 보통 강아지들이 많이 하는 행동이라는데, 치치는 물어오기를 너무 좋아한다. 강아지들중에 요가를 따라하는 강아지들도 있다고 한다. 언젠가 내가 매일 요가를 하다보면, 치치뽀뽀가 나와 같은 자세로 요가를 할 수 있는 날이 오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