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실패가 아님을 아는 사람

요조,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by Vegit


나는 사주 자체에 일확천금운이 아예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디에서 어떤 뽑기, 선착순 줄서기를 해도 항상 꽝이거나 꽝보다 못한 기념품을 받는 슬픈 경험을 해왔다. 학회에서 다른 사람들이 좋은 와인이나 호텔숙박권을 받을때, 어떤 교수님이 특허를 내서 관광상품으로 팔고있다는 아리랑이 나오는 장구라디오(라디오기능은 없고, 귀가 찢어질듯한 나쁜 음질로 타령같은것이 나온다)를 받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로 내 뽑기운 설명을 갈음하겠다.


그런데 왠일로 내가 좋아하는 박승샘의 '줄을 서면 책을 선물해주시는 이벤트'에 마지막 선택자가 되었으니 거의 올봄의 운을 몰빵한 기분이었다. 거기다 나름 나 혼자서 ‘요조작가랑 나는 인연이 있지’ 라고 생각하는 중이었기때문에 나에겐 정말 특별한 선택받음의 순간이었달까!


날이 좋은 계절, 적당한 시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다정한 목소리의 가수 요조가 아닌 작가 요조를 만난건 굉장한 우연이었다. 지금은 다른 책방으로 바뀌었지만, 내가 사랑했던- 사실 지금도 사랑하는 땅콩문고에서 다른 책을 구입하려고 꺼내다가 생각지도 못한 요조작가의 책이 먼저 바닥에 철퍼덕 떨어진 그 순간이 요조작가의 책과 나의 첫 만남이었다. 땅사장님은 구입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그땐 뭐랄까… 책이 나를 선택한 느낌이 들며 요조작가가 후욱- 마음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그 전엔 뭔가 나랑 굉장히 다른 세계의 사람이란 생각을 했었다. 물론 다른 세계 맞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만날수는 있잖아! 그런데도 그런생각조차 못할정도로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보통 구입한 책을 쌓아두고 나아아아중에 읽는 나였지만 요조작가의 책은 구입해온 그날 단숨에 읽어버렸다.


음악하는 요조의 간질간질 사랑스러운, 하지만 가볍지않은 그 느낌의 원천이 무얼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묘하게 느껴지는 단순한 가사와 목소리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속의 요조작가는 단단하고 세심하고 음악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인것이 느껴졌다. 바닥이 단단해서 가능한것들이었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기타 선율과 파도소리가 나는 글을 쓸수있는건 요조작가의 마음이 그만큼 깊고 풍성해서인거지.(역시 음색이 아니라 마음이야!)


누구나 공감하고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는 많은것 같지만 사실 흔치않다. 내가 이만큼 특별해가 아니라 나 이런 고민을 하고있었어, 이런 생각이 들더라는 이야기를 조단조단 할 수 있다는게 부러웠다. 같이 햇살 잘 드는 창가에서 귤을 까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것 같은 마음, 아니 사실 그 이상이다. 정말 창가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이야기 하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한번 만나보지도 못했는데 마음속 친구가 생긴 기분마저 들었다.


차분하고 사랑스럽고 단단한 그녀가 새로 출간한 책의 앞머리, 그녀의 20대와 지금을 이야기하는 글에서 왈칵 눈물이 났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반고흐의 이야기여서 그렇기도, 계속 고민하게 되는 나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오버랩되기도 해서인거지.


이미 끝났어야 할 일을 아직까지 꾸역꾸역 하고 있는 나를, 코로나때문에 해왔던 작업들이 희미해져가는 지금의 불안을 들켜버린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것을 더 단단하게 걸어가면 된다고 손을 잡아주는 기분이 들어서 당장에라도 책방무사로 가서 당신의 그 이야기가 너무나 고맙다고 꽉 안아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나의 과거를 그리고 지금을 돌아보게 만드는 글을 쓰는 요조작가의 글을 응원한다. 다정한 그녀의 목소리를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박승샘 좋아하는거야 뭐 말 할 것두 없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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