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의 탄생
프롤로그
한 아이가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새는 왜 날아요?"
"옛날에는 걸었단다."
"왜요?"
할머니는 서랍 깊은 곳에서 오래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가장자리가 그을린 한지. 희미한 먹물 글씨.
"이 이야기를 들어볼래?"
거꾸로 매달린 세계
하늘이 아래에 있고, 땅이 위에 매달린 세계. 그곳에서 새들은 날지 않는다. 그들은 걸었다.
툭. 툭. 툭.
발이 땅을 디딜 때마다 작은 진동이 일었다. 발바닥의 굳은살이 차가운 지면을 느꼈다.
첫 번째 새 - 불을 켠 자
그의 이름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정작 그 자신도.
어린 시절, 그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새는 왜 걸어요?"
어머니의 손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거칠었지만 따뜻한 손.
"하늘이 아래에 있으니까."
"그럼 하늘은 왜 아래에 있어요?"
어머니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밤, 그는 울었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소리 없이. 답 없는 질문의 공허함이 목을 조였다.
열다섯 살 겨울. 그가 처음 성냥을 그은 밤.
추위는 모두가 기억했다. 발끝이 갈라질 것 같던 바람. 입김이 하얗게 얼어붙어 옷깃에 서리처럼 내려앉던 공기. 손가락이 너무 굳어 성냥개비를 세 번 떨어뜨렸다. 네 번째, 겨우 그을 수 있었다.
치이익—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붉은 불꽃이 피어오를 때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추위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넌 불을 켜서는 안 돼."
누가 그렇게 말했다. 아버지였는지, 선생이었는지, 자기 자신이었는지.
"그래도 켜겠어."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손은 떨리지 않았다.
지금 그는 가장 큰 촛불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뜨거웠다. 밀랍이 녹아 목덜미로 흘러내렸다. 피부가 따갑게 익었다. 타는 냄새가 났다. 자기 살이 타는 냄새인지, 촛불의 냄새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는 멈출 수 없었다.
'내가 멈추면 모든 것이 멈춘다.'
그는 그렇게 믿어야 했다.
툭. 툭. 툭.
발소리가 계속되는 한.
뒤에서 수많은 발걸음이 따라왔다. 정말 뒤에서 오는 것일까? 그는 걸음을 멈췄다. 뒤에서 오는 발소리도 멈췄다. 심장이 철렁했다.
다시 걸었다. 발소리가 다시 들렸다.
안도했다. 혼자가 아니었다.
촛불의 그림자가 그의 앞을 걸었다. 길고 일그러진 그림자. 그는 그림자를 따라갔다. 아니, 그림자가 그를 끌고 갔다.
어느 날 밤,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불꽃인지, 불꽃에 타는 초인지, 불꽃을 바라보는 누군가인지 더 이상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세 가지 모두일 수도 있었다. 세 가지 모두 아닐 수도 있었다.
두 번째 새 - 책을 읽던 자
다섯 살 때였다. 처음 글자를 배운 날.
'ㄱ'과 'ㅏ'가 만나 '가'가 되는 순간, 세상이 달라졌다. 소리가 형태를 얻었다. 생각이 눈에 보였다. 그날 밤 그는 너무 신나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손가락으로 공중에 글자를 그렸다. ㄱ. ㅏ. 가.
아홉 살 때, 그는 날려고 시도했다.
지붕 위에 올라가 팔을 펼쳤다.
떨어졌다.
다시 올라갔다.
다시 떨어졌다.
열세 번 추락했다.
열네 번째, 날개가 부러졌다.
병실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읽는 것뿐이었다. 깁스한 팔이 무거웠다.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만이 움직였다. 왼손으로 서툴게 페이지를 넘겼다.
일곱 살 때 어머니가 읽어주던 동화책이 있었다. 표지가 해져서 셀로판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놓은. 37페이지, 두 번째 문단에 커피 얼룩이 있었다. 어머니가 책 읽어주다 졸다가 흘린.
그 얼룩 옆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왜 우리는 걷는가."
그때는 몰랐다. 그 한 문장이 평생을 따라다닐 줄.
병실에서, 부러진 날개를 어루만지며 그는 알았다. 몸은 날지 못해도, 정신은 날 수 있다는 것을. 아니, 몸이 날지 못하기에, 정신이 더 멀리 날 수 있다는 것을.
지금 그의 촛불은 푸른빛을 띠었다. 마치 겨울 새벽 얼음 밑에 갇힌 물빛 같은. 가까이 다가가면 잉크 냄새가 났다. 그가 평생 읽어온 책들의, 형광펜으로 그은 문장들의, 여백에 휘갈긴 메모들의 냄새.
537권의 책.
약 370만 개의 문장.
걸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읽었던 문장들이 속삭였다. 때로 서로 모순되었다.
"절망하지 말라"와 "절망하라"가 동시에 울렸고, "끝까지 가보라"와 "지금 돌아서라"가 함께 속삭였다.
어느 날, 첫 번째 새가 그에게 다가왔다. 목덜미의 밀랍이 굳어 목을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사람.
"왜 계속 걷는 거죠?" 두 번째 새가 물었다.
"몰라. 걸어야 할 것 같아서."
"그게 답입니까?"
"그게 질문이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두 발걸음 정도.
"모든 책이 같은 말을 하는 것 같아요." 두 번째 새가 말했다.
"뭐라고?"
"계속 걸으라고."
첫 번째 새가 웃었다. 아니, 웃는 것처럼 보였다. 촛불 그림자가 흔들렸다.
그날 이후 두 번째 새는 생각했다. 내가 질문을 발견한 것인가, 만든 것인가? 37페이지의 그 문장은 정말 책에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내가 커피 얼룩을 보며 만들어낸 것인가?
중요하지 않았다. 질문이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가 답이었다.
세 번째 새 - 목소리를 잃은 자
노래하던 새.
그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사람들은 울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어떤 이들은 무서워서 울었다. 그토록 아름다운 것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스무 살 어느 겨울 아침.
그는 깨어나 노래하려 했다.
목이 칼칼했다.
물을 마셨다.
다시 시도했다.
입이 열렸다. 숨이 나왔다.
소리는 없었다.
손으로 목을 감쌌다. 목젖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진동이 있었다. 그런데 소리가 없었다.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성대는 멀쩡한데,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스트레스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시간은 지났다. 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목소리를 잃은 후, 그는 더 많은 것을 들었다. 바람이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소리. 빗방울이 지붕에 떨어지는 리듬. 다른 이들의 침묵 속에서 울리는 심장박동.
세상은 온통 노래로 가득했다. 다만 그의 목소리만이 부재했다.
그는 여전히 입술을 움직였다. 소리 없는 노래.
어느 날 두 번째 새가 물었다. "뭐 하는 거예요?"
입 모양으로 답했다. "노래해요."
"...소리가 안 나는데요."
"그래서 노래예요."
두 번째 새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미쳤군요."
세 번째 새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순간 둘 다 웃었다. 소리 없이. 어깨가 들썩였다. 눈물이 났다.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촛불에서는 가끔 가락이 들려왔다.
흐엉—
촛불 자체가 노래하는 것 같았다. 불꽃이 떨릴 때마다 음정이 바뀌었다. 바람이 불면 화음이 생겼다.
그는 알았다. 목소리를 잃은 것이 아니었다. 목소리가 변한 것이었다. 입에서 나오던 소리가 이제는 온몸에서, 촛불에서, 발걸음에서 나왔다.
걷는다는 것, 그 자체가 노래였다.
툭. 쿵. 바스락.
그가 만드는 리듬이었다.
다음 이야기 「종이꽃과 어둠의 나무」은 10월 11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