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꽃과 어둠의 나무
종이꽃
발걸음이 땅을 디딜 때마다 작은 진동이 일었다.
툭.
툭.
툭.
천 개의 발이 만드는 리듬 속에서, 종이꽃들이 그들의 발자국에서 피어났다.
꽃잎은 한지였다. 촛불의 열기에 살짝 그을린 가장자리. 손으로 만지면 바스락거렸다. 먹물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자세히 보면 꽃잎마다 검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빛은 언제 꺼지는가."
"기억은 사라지는 것일까."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들이 일어나 공중에서 춤을 추었다.
바스락.
바스락.
종이의 속삭임. 자세히 들어보면, 그 속삭임 사이로 또 다른 소리가 섞여 있었다.
쿵.
쿵.
천 개의 심장이 뛰는 소리.
그런데 잠깐 —
쿵.
쿵.
하나씩. 줄어들고. 있었다.
땅이 내려오다
그들이 오랜 시간을 걸었을 때.
머리 위 멀리 떠 있던 땅에 변화가 일었다. 처음에는 수은 한 방울처럼 작은 점이었다. 은빛. 차가운.
그것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중력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첫 번째 새가 고개를 들었다. 목이 뻣뻣했다. 수십 년간 앞만 보고 걸어온 목이. 밀랍이 굳어 뻐근했다. 뚝. 목에서 소리가 났다.
땅의 점이 커졌다. 액체 같았다. 어둠의 밀도가 높아졌다.
그 액체에서 무언가가 자라기 시작했다.
거꾸로 자라는 나무.
뿌리는 땅에. 가지는 하늘을 향해.
가지들은 쇠처럼 차갑고 단단했다. 서리가 맺혀 있었다. 손으로 만지면 살이 얼어붙을 것 같았다. 촛불의 열기가 닿으면 증기가 피어올랐다.
치이익.
띵. 띵.
금속이 식어가며 내는 소리. 풍경 소리 같기도 했다.
거꾸로 자란 나무는 그 무게로 땅을 아래로 끌어당겼다. 차가운 가지들은 촛불을 향해 조심스럽지만 확실하게 손을 뻗어왔다.
세 번째 새가 갑자기 소리쳤다. 목소리 없는 외침이었지만, 모두가 들었다.
"왜 우리만 걸어야 하죠?"
고함이었다. 처음으로 내지르는.
"왜 하늘은 아래에 있어야 하죠? 누가 정했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새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툭.
툭.
툭.
불꽃이 살아 있는 한, 그들의 행진도 이어져야 했다.
첫 번째 소멸
첫 번째 새는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가지를 바라보았다.
그는 두려웠다. 죽음이, 삶이, 아니면 자신이 실은 이미 죽어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
뒤에서 따라오는 수많은 발걸음 소리가 그에게 용기를 주었다.
쿵. 툭. 쿵. 툭.
그는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럼 하늘은 왜 아래에 있어요?"
답은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왜'가 아니었다.
하늘이 아래에 있다는 사실 자체. 그 부조리한 세계에서도, 걸을 수 있다는 것.
차가운 가지가 다가왔다.
그는 피하지 않았다. 피할 수 없었다.
촛불이 가지에 닿는 순간, 유년의 기억이 스쳤다.
어머니의 손. 따뜻했다.
"새는 왜 걸어요?"
"하늘이 아래에 있으니까."
첫 번째 촛불이 차가운 가지에 닿았다.
치이익—
불꽃이 스러졌다.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을음 냄새.
추웠다.
아니, 따뜻했다.
어머니의 손처럼.
그는 마지막으로 미소 지었다.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내가 시작한 이 길을, 다른 누군가 이어가겠지.'
툭.
마지막 발걸음.
발 밑에서 종이꽃 하나가 피어났다. 꽃잎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시작은 끝이고, 끝은 시작이다."
눈이 감겼다.
두 번째 소멸
나머지 새들은 그를 조용히 넘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두 번째 새는 한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뒤돌아보고 싶었다.
쓰러진 첫 번째 새를 보고 싶었다. 아니, 보고 싶지 않았다. 뒤돌아본다면 거기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까 봐.
그는 다시 걸었다.
두 번째 새의 푸른 촛불은 더 오래 버텼다. 차가운 가지가 빛을 흡수하려 할 때마다 불꽃이 더욱 밝게 타올랐다.
그의 머릿속에서 읽었던 모든 문장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537권.
약 370만 개의 문장.
이번에는 문장들이 서로 뒤섞였다:
"절망하지 가보라"
"끝까지 말라"
"길은 자가 걸어가는 만든다"
문장들이 해체되고.
단어들이 흩어지고.
글자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ㄱ과 ㅏ와 ㅁ이 공중에서 만났다.
감. 검. 곰. 목. 묵.
다섯 살 때 배운 것. 글자가 만나 말이 되는 것. 그 마법.
차가운 가지가 그의 촛불에 닿았다.
치이익.
불꽃이 스러져갔다.
스러져갈 때 문득 깨달았다. 37페이지의 그 문장, "왜 우리는 걷는가"는 질문이 아니었다. 선언이었다.
우리는 걷는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의 모든 기억이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잉크가 물에 번지듯.
발 밑에서 마지막 종이꽃이 피었다. 꽃잎에 쓰인 글자들이 번져 읽을 수 없었다.
세 번째 소멸
세 번째 새가 쓰러질 때.
그의 입에서 마침내 소리가 나왔다.
노래였다. 아니 비명이었다. 아니, 웃음이었다.
오랫동안 침묵했던 그가 죽음 앞에서 다시 노래할 수 있었다.
"아아아아아—"
그것은 말이 아니었다. 언어 이전의 언어였다. 그저 숨소리, 바람소리, 슬픔과 희망이 뒤섞인 순수한 울림.
그 노래는 아름다웠다.
그의 마지막 종이꽃이 바람에 날렸다. 꽃잎에는 악보가 그려져 있었다. 오선지 위에 음표들. 바람에 날리면서 악보가 재배열되었다. 같은 음표들로 전혀 다른 선율이 만들어졌다.
그는 생각했다.
'목소리를 잃은 것이 아니었다.
목소리가 해방된 것이었다.
이제 모든 것이 내 목소리다.'
차가운 가지가 그의 촛불을 감쌌다.
치이익.
불꽃이 꺼질 때, 바람이 불었다.
그의 마지막 숨이 바람이 되었다.
다음 이야기 「어둠 이후, 새로운 발걸음」은 10월 15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