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이후, 새로운 발걸음
마지막 새
마지막 새가 홀로 남았을 때, 세상은 거의 어둠에 잠겨 있었다.
정말 홀로였을까?
툭. 툭. 툭.
그의 발소리만이 들렸다.
아니, 자세히 들어보면.
쿵. 쿵. 쿵.
다른 심장들의 메아리가 여전히 울렸다.
그의 작은 촛불만이 유일한 빛이었다. 차가운 가지들이 사방에서 그를 둘러쌌다.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의 발끝은 이미 얼어붙어 감각이 없었다.
아니다.
발끝은 따뜻했다.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얼어붙어가는 순간에, 그의 발끝만은 뜨거웠다. 마치 지구의 핵처럼. 생명의 마지막 온기처럼.
그는 마지막 순간에 알았다:
자신이 처음부터 혼자였다는 것을.
자신이 한 번도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두 문장이 모순되지 않았다.
그의 발끝에서 마지막 종이꽃이 피어났다. 꽃잎에 적힌 것은:
"당신들은 우리를 기억할 것인가."
촛불이 차가운 가지에 닿았다.
치이익—
세상이 완전한 어둠에 잠겼다.
침묵.
정적.
그리고—
어둠 이후
어둠이 가장 깊었을 때.
바스락.
바스락.
어딘가에서 종이꽃들이 다시 날아올랐다.
새들이 남긴 발자국마다 피어난 꽃들, 그 꽃잎에 새겨진 문장들이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한 꽃잎이 땅에 떨어졌다.
"끝까지 가지 말라"
빗방울이 떨어졌다.
먹물이 번졌다.
"끝까지 가 라"
'지 말'이 흐려져 사라졌다.
끝까지 가라.
같은 문장. 정반대의 명령. 해석은 읽는 자의 몫.
아주 멀리, 새로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툭.
멈칫.
툭.
또 한 발.
이번엔 다른 소리도 함께 들렸다:
치이익. (성냥을 긋는 소리)
"저... 제가 가도 될까요?"
어린 목소리였다. 떨리는.
"저도요."
또 다른 목소리.
"나도."
"우리도."
쿵. 쿵. (심장들)
바스락. 바스락. (종이들)
휘익. (바람)
그리고 — 작은 불꽃들.
또 다른 새들이 걷고 있었다.
그들은 길에 떨어진 꽃잎들을 하나하나 주워 읽고 있었다. 먼저 간 이들이 남긴 질문들을, 선언들을, 마지막 노래들을.
한 어린 새가 꽃잎을 집어들었다. 촛불을 가까이 가져가 읽었다.
"시작은 끝이고, 끝은 시작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알게 되리라.
다른 새가 다른 꽃잎을 집었다.
"모든 답은 질문 속에 있었고, 모든 질문은 답 속에 있었다."
그는 꽃잎을 뒤집었다. 뒷면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아니, 자세히 보니 희미하게 무언가가 보였다. 손가락 자국. 촛농. 땀.
보이지 않는 글씨들.
먼저 걸었던 자들의 체온.
그들은 걷기 시작했다.
툭.
툭.
툭.
어둠 속에서.
작은 불꽃들이 깜빡인다.
바스락.
쿵.
툭.
바람이 분다.
종이꽃들이 춤춘다.
발끝이 따뜻하다.
에필로그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할머니가 종이를 접었다.
"새들은 다시 날게 되었지."
"어떻게요?"
"걸었으니까."
아이는 잠시 생각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슴 한편이 뜨거웠다.
"할머니도 걸었어요?"
할머니가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에 희미한 화상 자국이 있었다. 오래전에 얻은.
"응. 나도."
"그럼 저도..."
"그래, 네가 걷고 싶을 때, 걸으렴."
창밖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하늘이 위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