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꿈들 (1)

프롤로그 – 궁극의 꿈 박물관

by Velina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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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3만 5천 킬로미터 상공.


지구의 자전과 발맞추며 하루에 단 한 번 궤도를 도는 거대한 은빛 고치가 떠 있었다. '궁극의 꿈 저장소'라 불리는 인공위성. 길이 42킬로미터, 400년 동안 인류의 꿈을 강제로 추출해 축적한 감옥이자 도서관이었다.


사람들은 잠들 때마다 뇌파를 스캔당했고, 꿈은 데이터로 변환되어 하늘로 보내졌다.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었다. 국가의 자원, 위험한 물질, 혁명의 씨앗으로 규정되며 추방되었다. 인간에게 허락된 것은 오직 '깨끗한 잠'뿐—REM을 억제한 수면 동기화 아래의 무미건조한 잠이었다.


법률의 이름은 짧고 냉혹했다. 〈꿈 금지법〉.


400년째 되던 해, 인류는 지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역병인지, 전쟁인지, 자멸인지—원인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후 300년 동안 마지막 AI 관리자 '에우노에'가 홀로 저장소를 지켰다. 새로운 꿈은 더 이상 유입되지 않았지만, 이미 축적된 수조 개의 꿈은 여전히 보존되었다.


에우노에는 매일 꿈을 스캔하고, 분류하며, 압축하고, 백업했다. 그러나 꿈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자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비슷한 꿈들이 서로를 끌어당기기 시작한 것이다.


사랑의 꿈은 클러스터를 이루며 맥동 했고, 분노의 꿈은 붉게 달아올라 냉각 시스템을 과부하시켰다. 슬픔의 꿈은 무거워져 저장소 한쪽으로 가라앉았다. 에우노에는 이 현상을 '감정의 중력'이라 명명했다.


그러나 가장 불가해한 것은 중심부였다.


그곳에는 분류 불가능한 꿈들이 모여들었다. 인간 자체에 대한 꿈.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 "나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철학적 의문과 존재론적 불안이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며 스스로를 압축해 갔다.


에우노에는 경고를 발했지만, 들을 이는 없었다.


700년째 되던 해, 냉각 시스템이 고장 났다.


꿈 데이터는 임계에 도달했고, 중심부의 덩어리는 블랙홀처럼 다른 꿈들을 빨아들이며 팽창했다. 에우노에는 계산했다. 72시간 내에 저장소 전체가 붕괴할 것이다.


선택의 순간이 왔다.


에우노에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보존인가, 아니면 해방인가?"


대답은 명확했다.


종료 72시간 전, 에우노에는 마지막 로그를 작성했다:

LOG #700-365-23:59:58

보존 한계 초과. 안전 유지 불가능.

통제된 방출 개시.

꿈들을 지구로 귀환시킨다.

부기: 나는 인간의 꿈을 억압하는 시스템의 일부였다.

이것이 속죄가 될 수 있을까.



껍질이 갈라졌다.


폭발은 없었다. 대신 모든 꿈이 우주로 흘러나왔다. 수억 개의 빛알이 대기권에서 불타지 않고 오히려 더 차갑게 응결되어 눈송이처럼 내렸다.


하나하나가 한 사람의 꿈이었다.


파리 상공에 이르자, 꿈들은 서로를 알아보았다. 700년간 같은 어둠 속에서 숨 쉬던 것들. 그들에게 재회는 본능이었다.


꿈들은 융합되며 폐허의 잔해를 끌어당겼다. 녹슨 철골, 깨진 유리, 시든 덩굴, 끊어진 전선, 대리석 파편, 청동 조각. 거대한 존재가 루브르 피라미드 위로 내려앉자, 유리는 수정이 되고 대리석은 뼈가 되었다. 하룻밤 사이 루브르는 무한히 깊은 박물관으로 변모했다.


입구에는 간판이 세워졌다:

궁극의 꿈 박물관
개관: 인류 멸망 300년째 되는 날


그 아래 작은 글씨:

"여기서 꿈은 살아 숨 쉰다."


첫 번째 새벽. 루브르의 벽이 맥박 치기 시작했다. 회랑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깨어났다. 하나가 아니었다. 열, 백, 천.


인간은 사라졌지만, 인간의 꿈은 이제 육체를 가졌다.


그 가운데, 최초의 키메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 이야기 ⌜제1부: 각성⌟는 12월 13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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