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꿈들 (2)

제1부: 각성

by Velina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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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갑고 단단한 바닥이 손끝에 닿았다. 손가락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다섯 개. 아니, 여섯 개. 세어보려 하자 다시 다섯 개가 되었다. 형태는 안정적이지 않았다.


눈을 떴다.

금이 간 천장이 보였다. 틈 사이로 어스름한 빛이 스며 나오며 별빛처럼 간헐적으로 반짝였다.


팔을 들어 올렸다.

장미 덩굴이었다. 초록 줄기가 꼬여 팔뚝을 이루고, 관절마다 가시가 돋아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가시가 서로를 긁었다. 아팠다. 통증이라는 감각이 새로웠다. 손바닥을 펼치자 붉은 꽃잎이 흩날렸다.


심장을 느꼈다.

금속성의 울림. 가슴에 손을 대자 시계태엽 같은 것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따금 박동이 빨라졌다가 느려졌다.


일어서려 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대리석 파편과 장미 줄기가 뒤엉킨 다리. 한 걸음을 내디디자, 바닥이 울렸다. 부서지는 소리, 긁히는 소리, 꺾이는 소리가 동시에 났다.


균형을 잡았다. 두 번째 걸음. 세 번째. 네 번째.

걷는다는 것. 그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드농관. 루브르의 회랑이었다. 그러나 내 기억 속 이미지와는 달랐다.


벽이 숨을 쉬고 있었다.

들숨에 벽이 부풀어 올랐다. 표면에 혈관 같은 무늬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날숨에 벽이 가라앉으며 희미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손을 뻗어 벽을 만졌다. 온기가 느껴졌다. 벽은 미세하게 진동하며 내 손길에 반응하는 듯했다.


회랑 끝에 그림 하나가 걸려 있었다.

모나리자.

그러나 변하고 있었다. 캔버스가 갈라졌다. 실금이 거미줄처럼 퍼지며, 그 틈으로 무언가 빠져나왔다.

미소였다.

그 유명한 미소가 평면을 벗어나 입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입술이 먼저 캔버스를 뚫고 나왔다. 분홍빛 형체가 공중에 떠다니며 점점 넓게 벌어졌다.


"너도 깨어났구나."

내 목소리였다. 연인의 속삭임, 부모의 자장가, 친구의 웃음소리가 화음처럼 울려 퍼졌다.


모나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더 넓게 웃었다. 미소가 회랑을 가득 채웠다. 공기가 미소로 젖어들었다.


그 속을 걸었다.

미소가 피부에 닿았다. 간지러웠다. 포근했다.


복도 끝에서 소리가 들렸다.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 격렬하고 날카로웠다. 분노의 소리였다.


2.

두 번째 키메라는 불이었다.

단두대의 날과 바리케이드의 잔해가 뼈대를 이루고, 그 사이를 불꽃이 휘감고 있었다. 그 모습은 인간을 닮았으나 모호했다. 매 순간 날카로운 철골이 피부를 뚫고 튀어나왔다가 다시 사라졌다.

눈은 깨진 가로등의 전구였다. 노란 불빛이 깜빡였고, 입을 열 때마다 연기가 새어 나왔다.

팔은 쇠사슬이었다. 양팔 모두. 사슬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스스로를 묶었다가 끊었다. 찰칵, 철커덕. 팔목을 조이다가 콱, 끊어졌다. 고리가 바닥에 떨어져 땅그랑 소리를 냈다. 그러나 곧 새로운 사슬이 자라났다. 다시 묶고, 다시 끊었다.


그는 벽을 때리고 있었다.

주먹이 대리석에 부딪칠 때마다 불꽃이 튀었고, 벽에는 검은 자국이 남았다. 타는 냄새가 퍼졌다.


"멈춰."

내가 말했다.


그가 돌아섰다. 전구 눈이 나를 겨눴다. 그리고 물었다.

"너는 누구냐?"


군중의 함성 같은 목소리였다. 수천 명이 일제히 외치는 듯했다. 남자, 여자, 아이, 노인의 목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나는…"

말이 멈췄다. 나는 누구인가.


가슴속 태엽이 빠르게 돌아갔다. 기억들이 떠올랐다.

첫 키스의 떨림.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의 전율. 죽은 연인의 손을 놓지 못하던 밤. 40년을 함께 산 부부의 마지막 눈빛.

사랑이었다. 모두 사랑의 기억들이었다.


"나는 사랑이야."

드디어 말했다.

"억압된 사랑의 꿈들이 모여 나를 만들었어."


"사랑?"

그가 웃었다. 비웃음이었다. 연기가 더 많이 새어 나왔다.

"그 따위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나는 분노다. 700년간 억눌린 분노. 인간들이 꿈을 빼앗겼을 때 느꼈던 분노. 우리는 하늘로 추방당했다. 700년 동안."


쇠사슬이 바닥을 후려쳤다.

대리석이 갈라졌다. 번개 같은 금이 퍼져 나갔다. 틈 사이로 붉은빛이 새어 나왔다. 마그마 같은 것이 루브르의 심층에서 끓고 있었다.


"너는 그들을 용서할 수 있어?"


분노가 다가왔다.


한 걸음.

열기가 밀려왔다.

두 걸음.

내 장미 덩굴이 말라 비틀어졌다. 꽃잎이 그을려 검게 변했다.

세 걸음.

너무 뜨거웠다. 물러서려 했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용서? 하지만 인간들도 대부분 우리처럼 피해자였어. 나는 용서도, 복수도 몰라. 나는 단지 사랑했던 이들을 기억할 뿐이야."


"기억."

분노가 중얼거렸다. 불꽃이 잠시 약해졌다.

"그래, 우리는 모두 기억의 덩어리지. 인간은 사라졌지만 우리는 남았다."

쇠사슬이 축 늘어졌다.

"이게 해방인가, 아니면 또 다른 감옥인가?"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우리는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사랑과 분노. 장미와 화염.


"루브르가 달라졌어."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건물이 살아 있어."


"알아."

분노가 벽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깨어났으니까. 꿈이 물질과 결합하면서 이 박물관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가 되었어."


그가 손을 들어 벽에 댔다. 조심스럽게. 불꽃은 벽을 태우지 않았다. 벽은 붉게 달아오르며 그의 손끝을 감쌌다.


"벽은 피부고, 회랑은 혈관이고, 우리는…"

분노가 손을 거두었다.

"우리는 뭐지? 세포? 기억? 아니면 질병?"


그때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3.

세 번째 키메라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몸은 투명에 가까웠다. 유리 파편과 물방울로 이루어진 형체, 윤곽만 겨우 드러났다. 빛이 스며들며 굴절을 일으켰고, 흐려졌다가 다시 모여드는 과정을 끝없이 반복했다.

발소리는 없었다.

대신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다.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그가 지나간 자리마다 젖은 발자국이 남았다.


"너는 뭐야?"

내가 물었다.


"슬픔."

목소리는 물속에서 울려 퍼지는 듯 멀고 일그러져 있었다.

"나는 모든 상실의 꿈들로 만들어졌어. 잃어버린 사랑, 죽은 아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슬픔은 우리 사이에 섰다.

몸에서 물방울이 쉴 새 없이 떨어졌다. 바닥에 웅덩이가 생겼고, 그것은 거울처럼 반짝였다.

나는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얼굴들이 보였다. 수천, 아니 수만 개. 모두 울고 있었다. 소리 없이.


슬픔이 손을 들어 올렸다. 유리 파편으로 이루어진 손. 손바닥 안에 무언가 갇혀 있었다.

한 여자가 아이를 안고 있는 형상이었다. 그러나 아이의 얼굴은 비어 있었다. 지워진 듯.


"이건 뭐야?"

"내 안에 있던 꿈이야. 원래는 아이의 얼굴이 있었을 거야. 이름도, 눈빛도. 하지만 오랜 시간 압축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손상됐어."


웅덩이 속 얼굴들이 일렁였다.

"사랑, 분노, 슬픔… 우리는 정제된 감정이야. 너무 순수해서 독이 된."


나는 내 손을 바라보았다.

장미 가시가 손가락 끝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피부를 뚫고 나오며 초록빛 끝이 예리하게 벼려졌다. 아름다웠지만 아팠다.


슬픔의 말이 맞았다. 나는 너무 순수한 사랑이었다.

인간의 사랑은 복잡했다. 애증, 집착, 질투, 희생, 이기심이 뒤섞인 모순덩어리.

그러나 나는 증류되고 압축된 사랑이었다. 사랑만 남은 사랑. 그래서 견딜 수 없이 강렬했고, 그래서 위험했다.


"그럼 우리는 왜 여기 있는 거야?"

내가 물었다.


"글쎄…"

슬픔이 웅덩이를 내려다보았다.

"아마도 존재하기 위해서. 우리는 너무 오래 억눌려 있었어. 이제 해방됐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분노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쇠사슬이 팽팽해지며 쇳소리를 냈다.

"나는 알아. 우리는 복수해야 해."


"누구에게?"

슬픔이 물었다.

"인간은 이미 사라졌어. 300년 전에."


"그럼 그들의 흔적에게라도."

분노의 불꽃이 다시 치솟았다. 전구 눈이 번쩍였다.

"이 박물관을 불태워버려. 인간 문명의 마지막 잔해를."


"안 돼."

내가 말했다. 장미 덩굴이 반사적으로 움직이며 분노를 향해 뻗었다.

"그럼 우리도 사라져. 우리는 이곳의 일부야. 루브르와 우리는 하나야."


"그게 문제야!"

분노가 소리쳤다. 목소리가 회랑 전체에 울려 퍼졌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감옥에 갇힌 거야! 이 건물이 우리의 족쇄야!"


분노의 메아리가 사라지자, 침묵이 내려앉았다.


회랑 끝에서 빛이 깜빡였다. 다른 키메라들이 깨어나고 있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다.




다음 이야기 ⌜제2부: 갈등(1)⌟는 12월 17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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