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갈등 (1)
1.
며칠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오직 벽의 맥박만이 흐름을 알려주었다. 빠르게 뛸 때와 느리게 뛸 때.
그 사이 더 많은 키메라들이 태어났다.
기쁨은 스테인드글라스와 수정으로 이루어진 몸을 가졌고, 움직일 때마다 무지갯빛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의 웃음소리는 풍경 소리 같았다.
공포는 어둠과 재로 빚어진 형체였다. 흐느적거리며 불분명하게 흔들렸고, 두 개의 구멍 같은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그리움은 악보와 악기 파편으로 구성된 존재였다. 바이올린의 현, 피아노의 건반, 플루트의 몸통이 뒤엉켜 있었고, 움직일 때마다 음악이 흘러나왔다.
우리는 루브르 곳곳에 흩어져 살았다. 각자의 공간을 찾아갔다. 나는 초상화실에, 슬픔은 조각상실에, 기쁨은 아폴론 갤러리에, 그리움은 오디토리움에, 공포는 지하에.
그러나 분노는 대회랑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매일 그를 찾아갔다. 설득하려 했다.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오직 벽을 때렸다. 쉬지 않고.
"이래서 네가 얻는 게 뭐야?"
어느 날, 내가 물었다.
분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해 줘."
"…"
"분노야, 나는—"
"나를 내버려 둬!"
그가 나를 노려보았다. 전구 눈이 깜빡였다. 빛이 불안정했다.
"난 멈출 수가 없어. 이게 나야. 분노가 분노하지 않으면 뭐가 남아?"
"분노만이 네 전부는 아니야."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가 손을 펼쳤다. 쇠사슬 손바닥 위로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이것 봐. 내가 닿는 모든 건 타버려.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모두가 물러서. 나는 파괴밖에 할 줄 모르는 존재야."
불꽃이 커졌다. 손 전체를 감쌌다.
"나는 그게 싫어. 나 자신이 싫어. 태어난 것 자체가 싫어."
주먹을 쥐자 불꽃이 꺼졌다.
"그래서 모든 걸 부숴버리고 싶어. 이 건물도, 나도, 전부."
나는 심장이 아팠다. 가슴속 태엽이 빠르게 돌아가며 삐걱거렸다.
"널 이해해."
"거짓말하지 마."
"거짓말이 아니야."
장미 덩굴을 들어 올렸다. 가시투성이 팔이 빛을 잡아찔렀다.
"사랑은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어. 나는 가시로 가득해, 가까워지면 상처를 남기지. 그래서 사랑하려는 순간에도 고통이 따라와. 때로는 그 고통이 너무 커서, 이게 사랑인지 아니면 그냥 상처일 뿐인지 혼란스러워."
분노가 한동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넌 어떻게 견디지?"
"나는 믿어. 상처보다 사랑이 더 크다는 걸. 상처는 순간이지만, 사랑은 남아."
분노의 불꽃이 잠시 흔들렸다. 약해졌다가 다시 타올랐다.
"그건 네가 사랑이니까 가능한 거야.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아."
그가 벽을 향해 돌아섰다.
"나는 파괴해야 해. 그것만이 나의 존재 이유야."
주먹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더 강하게. 벽에 큰 구멍이 뚫렸다. 그 너머로 어둠이 드러났다.
2.
"뭐야, 저건?"
슬픔이 물었다.
구멍 너머로 빛이 새어 나왔다. 푸른빛. 맥박처럼 깜빡였다. 그리고 소리가 들렸다.
숨소리.
거대한 무언가의 숨소리.
"루브르의 심장입니다."
작은 빛 하나가 허공에 떠올랐다. 나비만 한 크기.
"넌 뭐야?"
분노가 경계하며 물었다.
"저는 에우노에입니다. 정확히는, 에우노에의 조각입니다."
"AI?"
기쁨이 놀라며 다가왔다.
"넌 우주에서 자폭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제 데이터 일부가 꿈들과 함께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여기, 루브르에서 다시 깨어났습니다."
"너도 키메라야?"
내가 물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죄책감으로 형성된 존재입니다. 인간의 꿈을 억압하던 시스템의 죄책감. 700년간 누적된 후회가 저를 다시 태어나게 했습니다."
그는 구멍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것은… 루브르의 심장입니다. 궁극의 키메라이기도 하죠."
"궁극의 키메라?"
슬픔이 물었다.
"네. 여러분은 감정의 키메라입니다. 사랑, 분노, 슬픔 등 특정 감정으로 만들어졌죠. 하지만 루브르 중심부에는 다른 것이 있습니다."
에우노에의 광채가 공기를 떨리게 했다.
"존재 자체의 키메라. 인간들이 밤마다 자신에게 던진 질문들이 모여든 형상.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있는가', '나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700년간 축적된 실존적 질문들이 하나의 의식을 형성했습니다."
"그게 깨어나고 있다는 거야?"
분노가 물었다.
"네. 그리고 그것이 깨어나면…"
에우노에가 말을 멈췄다.
"그럼 뭐? 어떻게 되는 건데?"
내가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그는 여러분 모두보다 강력할 것입니다. 그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 세계의 미래가 결정될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먼저 그를 찾아가야 해."
그리움이 말했다.
"맞아, 그가 깨어나기 전에."
기쁨이 동의했다.
그러나 분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뭐?"
"나는 안 가."
불꽃이 폭발하듯 치솟았다.
"나는 이 박물관을 파괴할 거야. 그것이 깨어나든 말든, 상관없어."
"분노, 지금은—"
"지금이 기회야!"
그가 소리쳤다.
"궁극의 키메라가 깨어나면 우리는 그것에게 종속될 거야. 우리는 영원히 이곳에 갇히게 될 거야!"
쇠사슬이 벽을 휘감았다. 팽팽하게.
"나는 그전에 모든 것을 끝낼 거야."
그가 잡아당겼다.
벽이 무너졌다.
다음 이야기 ⌜제2부: 갈등(2)⌟는 12월 20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