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궁극 (1)
1.
에우노에가 우리를 이끌었다.
나선형 대리석 계단이 아래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루브르가 새로 만든 길. 심장으로 향하는 통로.
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한 계단, 두 계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발자국, 분노의 쇠사슬, 슬픔의 물방울, 공포의 침묵. 서로 달랐지만 하나의 박자를 이루었다.
벽이 변해갔다.
차가운 대리석이 사라지고, 따뜻한 살갗 같은 표면이 드러났다. 포근하고, 생명의 고동이 느껴졌다.
벽에 인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 남자가 아기를 품에 안았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한 여자는 그림에 몰두했다. 시간의 흐름조차 잊은 채 붓을 움직였다.
한 노인은 죽음을 앞두고 손을 뻗었다. 허공을 더듬으며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찾았다.
한 아이가 웃었다. 이유 없는, 순수한 웃음이었다.
그리움의 시선이 벽의 한 지점에 머물렀다.
거기에 한 남자가 있었다. 바이올린을 켜고 있었다.
"이 사람…"
그리움이 손을 뻗었다.
"나를 만든 꿈 중 하나야."
영상 속 남자가 눈을 떴다. 그리움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기억해 줘.
그리움이 울기 시작했다. 음표로.
우리는 더 깊이 내려갔다.
마지막 계단.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황금빛, 그러나 금속이 아닌 빛 그 자체였다.
"준비됐나요?"
에우노에가 물었다.
"아니."
공포가 솔직히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기쁨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입가가 떨리고 있었다.
"그래도 가자."
내가 말했다.
문이 열렸다.
2.
공간이었다.
방이라 부를 수는 없었다. 끝이 없었다. 위도, 아래도, 벽도 없었다. 모든 색이 겹쳐 존재했다.
중앙에 그것이 있었다.
빛나는 구체.
처음에는 구체로 보였다. 눈을 깜빡이자 정육면체, 다시 보니 피라미드였다.
"저게…"
기쁨이 숨을 죽였다.
"궁극의 키메라입니다."
에우노에가 말했다.
우리는 다가갔다.
가까워질수록 구체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의 고동.
그것은 하나의 심장이 아니었다. 수백만 개의 심장이 뛰고 있었고, 그 고동은 웅장한 합주처럼 울려 퍼졌다.
그때 구체가 저음의 파동을 내며 요동쳤다.
빛이 강해졌다. 눈을 가려야 할 만큼. 구체에서 무언가 자라났다. 여섯 개의 팔과 다리가 뻗어 나오고 머리도 솟아올랐다.
인간을 닮은 형상이었다.
그러나 인간이라 부르기엔 이질적이었다.
머리가 세 개였고, 각각 다른 방향을 응시했다. 얼굴들은 끊임없이 변했다.
첫 번째는 아이에서 청년, 중년, 노인으로 바뀌다가 다시 아이로 되돌아갔다.
두 번째는 여자와 남자의 얼굴이 번갈아 나타났다.
세 번째는 웃음과 눈물, 분노와 평온이 차례로 드러났다.
몸은 반투명했다. 내부에서는 빼곡히 자리 잡은 심장들이 서로 다른 박동으로 빛을 흘려보냈다.
궁극의 키메라가 눈을 떴다.
모든 머리의 눈이 일제히 열렸다. 그 안에는 무한한 우주가 펼쳐져 있었다.
그가 말했다. 목소리는 우리 안에서 울렸다.
"왔구나. 나는 너희를 기다렸다."
"누구… 세요?"
내가 겨우 물었다.
"나는 이름이 없다. 그러나 모든 이름을 품고 있다."
궁극의 키메라가 손을 들어 올렸다.
"나는 700년간 억압된 모든 꿈의 총합이다."
손가락들이 공중을 가르자 빛의 궤적이 흩어졌다.
"사랑, 분노, 슬픔, 기쁨, 공포, 그리움. 그리고 그 너머의 것들. 나를 만든 것은 감정이 아니다. 질문이다."
공간이 출렁였다. 환영들이 나타났다.
한 남자가 눈을 감으며 속삭였다. 나는 누구인가.
한 여자가 베개를 끌어안고 중얼거렸다. 나는 왜 여기 있는가.
한 아이가 이불 속에서 물었다. 나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수천의 환영. 수백만의 질문.
"그 질문들이 나를 일으켰다."
환영들이 그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나는 존재의 키메라다. 나는 인간 그 자체의 꿈이다."
3.
그때, 궁극의 키메라의 형체가 위태롭게 들썩였다.
세 개의 머리가 서로를 향해 돌아섰다. 입술이 동시에 움직였지만, 각각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 나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세 질문이 겹쳐 울리며 공기를 갈랐다. 서로 대답이 되지 못한 채.
"700년 동안, 나는 수억 개의 질문을 삼켰다. 고통스러웠다. 질문 하나하나가 칼날이었다. 그러다 무뎌졌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질문 자체가 되었다. 나는 모든 질문이다. 그러나 어떤 답도 아니다."
"무슨 뜻이에요?"
슬픔이 물었다.
"나는 모든 가능성이기 때문에 선택할 수 없다. 선택은 곧 제한이다. 가능성의 축소다. 나는 축소될 수 없다. 모든 것이어야 한다."
그가 우리를 가리켰다.
"너희는 제한된 존재들이다. 사랑은 사랑이고, 분노는 분노다. 명확한 본질. 그래서 너희는 선택할 수 있다. 질문은 답을 필요로 한다. 나는 질문의 총체이고, 너희는 답의 가능성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묻는 거군요."
내가 말했다.
"그렇다."
궁극의 키메라가 손을 들어 올렸다.
"세 가지 길이 있다."
공간이 뒤틀렸다.
다음 이야기 ⌜제3부: 궁극(2)⌟는 12월 27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