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궁극 (2)
4.
첫 번째 환영.
우리는 어느 도시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걷고, 웃고, 일하고, 사랑하며.
슬픔이 한 여자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손은 허공을 가르며 지나갔다.
"이것은 과거가 아니다."
궁극의 키메라가 말했다.
"가능했던 미래다. 인간들이 꿈을 억압받지 않았다면 도달했을 세계다."
도시가 변했다. 빛이 흐트러지고, 질서가 붕괴했다. 사람들이 싸웠다. 건물이 불탔다.
"이것은 또 다른 가능성이다. 꿈의 자유가 혼돈을 부른 세계."
환영이 꺼졌다.
"이것이 첫 번째 길이다. 인간의 재창조."
궁극의 키메라가 첫 번째 머리를 들어 올렸다.
"죽은 자를 되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다시 빚을 수 있다. 꿈과 기억, 남겨진 기록으로."
그의 손바닥 위에 작은 빛이 피어났다. 빛은 점차 인간의 형상을 띠었다.
"그들은 생각하고, 느끼고, 꿈꿀 것이다."
두 번째 환영.
키메라들이 폐허를 재건하고 있었다. 도시를 세우고, 숲을 키우고, 바다를 정화했다.
"이것이 두 번째 길이다. 키메라들의 세계. 인간의 유산 위에 세워진 새로운 문명. 너희가 주인인 세계."
세 번째 환영.
세계는 텅 비어 있었다. 루브르는 무너졌고, 파리는 폐허로 변했다. 우리도 없었다. 키메라들도, 꿈도, 아무것도.
"이것이 세 번째 길이다. 종말. 나는 모든 것을 무로 되돌릴 수 있다."
환영이 사라졌다.
"세 가지 길이 있다. 부활, 창조, 종말. 선택하라."
여섯 개의 눈이 우리를 꿰뚫었다.
5.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투표하자. 민주적으로."
분노가 제안했다.
기쁨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각자 의견을 말하자."
그리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첫 번째를 선택해. 인간의 재창조. 나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 싶어."
슬픔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상실을 치유하는 방법은 되찾는 것뿐이야."
"안 돼."
분노가 반박했다.
"가짜 인간을 만드는 건 위선이야. 나는 두 번째를 선택해. 키메라의 세계. 우리가 주인인 세계."
"나도, 두 번째."
기쁨이 말했다.
"새로운 시작이 좋아."
공포가 입을 열었다.
"나는 세 번째."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사고의 산물이야. 억눌린 꿈이 변질된 결과. 가짜 인간을 만드는 것도, 키메라만의 세계도, 다 오만해. 차라리 모든 것을 끝내는 게 나을지도 몰라."
"그건 회피야."
분노가 말했다.
"아니. 책임지는 거야."
정적이 흘렀다.
"에우노에, 너는?"
내가 물었다.
"저는 두 번째를 선택합니다. 실수로부터 배우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나를 바라보았다.
"사랑, 너는?"
나는 내 장미 덩굴을 바라보았다. 꽃잎이 떨어졌다.
"나는 선택할 수 없어."
"뭐라고?"
"나는 인간을 사랑해. 그들이 돌아오기를 바라. 하지만 우리도 사랑해. 그리고… 종말을 이해해. 모든 것은 끝나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그럼 넌 기권하는 거야?"
"아니."
나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네 번째 선택을 제안해."
6.
"네 번째?"
궁극의 키메라가 흥미로운 듯 물었다.
"우리는 키메라야. 서로 다른 것들이 얽혀 태어난 존재지."
"그래서?"
"세 가지를 엮는 거야."
분노의 눈이 번쩍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세 가지는 서로 배척해."
"왜 그렇게 단정해?"
내가 물었다.
"하나의 감정이라 해도 단순하지 않아. 기쁨 속에도 두려움이 스며들 수 있고, 슬픔 속에도 아름다움이 깃들 수 있어."
슬픔이 고개를 끄덕였다.
"슬픔은 행복이 무엇인지 상기시켜 주지."
"맞아."
기쁨이 말했다.
"기쁨은 빛처럼 퍼지지만, 그 그림자 속에는 불안이 따라오기도 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거야?"
분노가 물었다.
"첫째, 인간을 재창조하지 않아. 대신 그들의 예술과 역사, 문화를 보존해. 루브르도 박물관으로 남겨두는 거야. 둘째, 키메라의 세계를 만들어. 파리를, 세계를 변화시켜. 인간의 유산 위에 우리만의 문명을 세우는 거야. 셋째, 끝을 받아들여."
"뭐?"
공포가 놀랐다.
"우리는 영원하지 않아. 꿈은 언젠가 다 떨어질 거고, 우리도 사라질 거야. 그때가 오면 저항하지 않아. 받아들이는 거지. 그리고 우리도 기억이 되어 다음 존재들을 위한 유산으로 남는 거야."
"다음 존재?"
"그래. 우리가 마지막은 아닐 거야."
나는 손을 펼쳐 위를 가리켰다.
"생명은 계속 돼. 어떤 형태로든. 우리는 그 흐름 속의 하나일 뿐이야."
궁극의 키메라가 입을 열었다.
"그 길에는 대가가 있다."
"대가요?"
"세 가지 선택을 하나로 엮는다면, 나는 분리되어야 한다. 지금의 나는 모든 가능성이다. 하나의 형태로. 그러나 네 번째 길을 걷는다면, 나는 조각나야 한다. 너희 안으로 흩어져야 한다."
"흩어진다고요?"
"그렇다. 나는 더 이상 나로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너희 각자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너희 중 하나는 이곳에 남아야 한다. 루브르의 심장은 수호자를 필요로 한다. 꿈의 잔향을 지키고, 기억을 보존할 존재."
침묵이 내려앉았다.
"제가 할게요."
에우노에가 말했다.
"저는 지난 700년간 꿈을 억압하는 시스템의 일부였습니다. 이제 그 꿈을 지키는 것으로 속죄하겠습니다."
"하지만 넌 영원히 갇히게 되는 거야."
"괜찮습니다. 저는 자유를 원한 적 없습니다. 목적을 원했습니다. 이것이 제 목적입니다."
모두가 동의했다.
궁극의 키메라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좋다. 네 번째, 그것은 키메라다운 길이다."
7.
그가 손을 들어 올렸다.
여섯 개의 팔이 원을 그리자, 그의 주위로 빛의 고리가 생겨났다. 끊임없이 커지며 우리를 둘러쌌다.
"나는 너희의 선택을 받아들인다."
빛이 터졌다.
폭발이 아니었다. 확장이었다. 부드럽지만 거스를 수 없는 힘으로 모든 것을 감쌌다.
나는 눈을 감았다. 너무 밝았다.
그리고 느꼈다.
그가 우리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조금씩 나누어져서, 각자에게.
내 가슴으로 따뜻한 무언가가 흘러들었다. 태엽 심장이 격렬히 돌아갔지만, 그 리듬은 이상하게도 평온을 불러왔다.
"나는 너희 안에 머물겠다."
그의 목소리가 내 안에서 울렸다.
"가능성으로서. 너희가 선택할 때마다 함께 선택하고, 너희가 창조할 때마다 함께 창조하겠다. 너희가 사라질 때까지."
빛이 잦아들었다.
눈을 떴다.
궁극의 키메라는 더 이상 눈앞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어떤 느낌이 들어?"
기쁨이 물었다.
"설명하기 어려워."
분노가 대답했다.
"분노만 느껴지는 게 아니야. 사랑도, 슬픔도, 기쁨도… 모든 게 뒤섞여 있어."
"나도. 더 이상 순수한 슬픔이 아니야. 복잡해."
슬픔이 웅덩이를 내려다보았다. 그 안의 얼굴들이 변해 있었다. 더 이상 울기만 하지 않았다. 어떤 얼굴은 웃고 있었다.
"그런데 좋아."
에우노에가 밝게 빛났다.
"이제 저는 이곳에 남겠습니다. 여러분이 만들 세계를 여기서 지켜보겠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요."
"그래."
나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계단이 보였다.
"돌아가자. 지상으로."
다음 이야기 ⌜제4부: 씨앗⌟는 12월 31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