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물에 잠겨 있었다. 해수면이 상승하기 시작한 지 20년째 되던 해였다.
잿빛 하늘 아래, 수정처럼 투명한 코끼리들이 발걸음 없이 미끄러져 갔다. 그들의 몸 안에서는 아직 따뜻한 것들이 어른거렸다—
녹슨 문고리와 빈 의자들.
아무도 오지 않는 버스 정류장.
어제까지 빵 굽는 냄새가 났던 가게의 마지막 불빛.
물에 잠긴 놀이터의 그네 소리.
그 장면들은 서로를 찾지 못했다. 각자의 시간 속에 갇혀, 투명한 몸속을 떠돌았다.
첫 번째 거울이 깨진 것은 새벽 세 시였다.
탁.
그 소리는 레몬처럼 시큼했다.
코끼리들은 처음엔 거부했다. 유리 조각이 목을 찢을까 두려워했다. 하지만 도시가 한 뼘씩 물에 잠길 때마다, 그들은 더 깊은 절박함으로 거울 앞에 섰다.
거울은 항상 하루 전을 비췄다.
오늘 문을 닫은 빵집이 거울 속에선 여전히 반죽을 치대고 있었다.
어제 떠난 사람들이 거울 속에선 아직 골목을 걸어다녔다.
내일 무너질 다리가 거울 속에선 굳건히 서 있었다.
코끼리가 거울을 삼킬 때마다 차가운 유리가 목구멍을 긁었다. 투명한 몸속 풍경이 일렁였다. 그들의 숨결은 겨울 아침의 첫 서리 같았다— 닿는 곳마다 기억이 얼어붙었다가, 천천히 녹아들었다.
녹슨 철문이 빠져나가면 햇살 가득한 마당이 스며들었다.
빈 교실이 사라지면 웃음소리가 자리를 차지했다.
침묵이 빠져나간 자리에 대화가, 어둠이 빠져나간 자리에 빛이.
그 일은 반복되었다. 기도처럼, 의식처럼, 필연처럼.
마지막 남은 거울 앞에서, 가장 늙은 코끼리가 멈춰 섰다.
그의 투명한 눈 속에서 천 년의 도시가 회전목마처럼 돌고 있었다.
거울 속에는 아직 무너지지 않은 도시가 있었다.
빨래가 나부끼는 옥상.
카페 창가의 노란 불빛.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걸어가는 사람들.
아직 물이 닿지 않은 거리.
코끼리는 오래도록 망설였다. 그의 몸속에는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있었다. 기울어져가는 집들의 한숨. 문 닫은 가게들의 침묵. 떠나간 사람들이 남긴 빈자리의 무게.
그는 조심스레 고개를 숙였다.
거울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갈 때, 그 안의 도시가 산산이—
코끼리는 눈을 감았다. 유리가 식도를 긁는 날카로움과, 도시가 온몸으로 퍼지는 따스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고통과 평화 사이 어딘가에서, 그는 마침내 숨을 내쉬었다.
아니, 부서진 게 아니었다.
흩어져서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안개가 되듯이. 노래가 되듯이.
그 순간, 코끼리의 발끝이 물결을 떠났다. 보랏빛 파장이 나선을 그리며 그를 감쌌다. 투명한 몸이 점점 더 투명해져 갔다. 물과 구별할 수 없을 때까지.
더 이상 삼킬 거울은 남아있지 않았다.
코끼리들은 하나씩 물결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들이 사라질 때마다 어디선가 창문이 열렸다.
탁.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탁, 탁.
발걸음 소리가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졌다가 결국은—
침묵.
마지막 코끼리가 완전히 투명해지는 순간, 그의 몸속에서 작은 씨앗 하나가 떨어졌다.
도시는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거울도, 빛도, 시간도—모든 것이 바람처럼 흩어졌다.
물 밑 어딘가에서, 그 작은 씨앗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백 년 뒤, 누군가는 그곳에서 자란 나무 밑에서 거울 조각을 발견할 것이다.
그 안에 비친 얼굴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마치 이미 한 번 존재했던 것처럼.
마치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았던 것처럼.
그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자신이 서 있는 그곳이, 한때 투명한 코끼리들이 거울을 삼키며 걸었던 물에 잠긴 도시였다는 것을.
때때로, 안개 낀 새벽에, 희미하게 들릴 것이다.
거울이 깨지는 소리가.
탁.
레몬처럼 시큼한 종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