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우산 아래에서

by Velinastra
검은 우산 아래에서.png


도서관은 하늘 끝에 떠 있었다.
바람이 불면 종이별들이 흔들렸고, 책장이 열릴 때마다 별 하나가 사라졌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단 하나의 존재—검은 우산을 든 새였다.


그는 언제나 우산을 펼쳐 들고 있었다. 비가 내리지 않아도.
우산 천이 바스락거릴 때마다 누군가의 체온이 사라졌다.
첫 번째 거짓말의 떨림이—여섯 살, 깨진 화분 앞에서 고개를 저었던—
이름을 잊어버린 친구의 웃음소리가—놀이터 그네 밑, 모래 속 구슬처럼 묻혀버린—
그 어둠 속에서 맴돌았다.

도서관 바닥이 삐걱거렸다. 아무도 걷지 않는데도.

마지막 말들은 잉크가 되어 떨어졌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녹슨 철과 마른 꽃잎 냄새가 공기에 번졌다.
바닥에 스며든 검은 점들이 장미로 피어올랐다—가시 없는, 향기 없는.

새는 장미를 바라보았다. 오래.

숨을 참는 사람처럼, 혹은 숨 쉴 필요가 없는 존재처럼.

"또 하나의 침묵이—"
그가 말을 멈췄다.
"—완성되었군."

그의 중얼거림이 공기를 건드렸지만,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책장이 닫힐 때마다 문이 하나씩 사라졌다. 돌아갈 길은 애초에 없었다.
이곳의 질서였다. 시계 없는 탑의 종소리처럼.

새는 때때로 우산 손잡이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마치 그 안에 갇힌 무언가가 숨 쉬듯이.
그는 이를 못 본 척했다. 언제나처럼.

장미들 사이로 간혹 붉은 기운이 스쳤다.
희미하게, 거의 보이지 않게.

그때였다.
책장 속에서 종이별 하나가 떨었다. 이제는 분명했다.
페이지가 열리지 않았는데도.

새는 그것을 응시했다. 우산 손잡이를 쥔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갔다.
손잡이는 차가웠다. 영원히 그늘에 있던 돌처럼.

그는 우산을 기울여 그 움직임을 좇았다.
"아직 꿈꾸고 있는 건가?"

우산 그림자가 흔들렸다. 처음으로.
몇 방울의 잉크가 떨어졌다.
검은 장미가 또 한 송이 피어났다.

그런데 이번엔—

장미가 고개를 들었다.

새는 발을 옮겼다. 오랜만에.
바닥이 낯선 소리로 삐걱거렸다.
조심스럽게, 매우 조심스럽게, 장미를 향해 우산을 기울였다.

우산 밖의 공기가 다르게 움직였다.
무거운 물처럼, 혹은 깨어나는 숨결처럼.

그 순간, 종이별이 책장에서 천천히 날아올랐다.
별 하나가 사라지는 대신, 그 자리에 희미한 빛이 머물렀다.
맥동하면서. 살아있는 것처럼.

새는 그것을 지켜보았다.
그의 그림자가, 마침내, 우산 밖으로 한 뼘 더 길어졌다.

도서관은 여전히 하늘 끝에 떠 있었다.
이제 그곳은 조금 더 가까워 보였다.

아니면 하늘이 조금 더 낮아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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