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엄마
안녕하세요. 오늘도책한잔 박기량입니다. 2020년 9월부터 매일 산을 맨발로 걸었어요. 아프고 힘들어도 매일 같이 산에 올랐어요. 누가 보면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요. 그런 시간이 반복되고 변화가 생겼어요. 시작은 특별하지 않았어요. 방치되어 있던 꽃 그림을 주방 벽면 걸었어요.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그림을 보면서 주변 환경을 둘러보았어요. 어두운 암막 커튼과 검은등, 얼룩진 주방과 먼지 쌓인 물건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어요.
다음날도 그다음 날에도...
커튼을 바꾸려면 돈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커튼을 먼저 바꾸기보단, 주변을 먼저 쓸고 닦았어요. 그래도 사이즈 맞지 않은 주방 커튼이 눈에 거슬렸어요. 인터넷으로 주문해 암막 커튼을 떼네고 화이트 커튼으로 바꿨어요. 커튼을 닫았을 때 햇빛에 의해 반사되어 들어오는 은은함이 달항아리 빛처럼 느껴졌어요. 다음으로 검은색 철제 주방 등을 도자기 샹들리에로 교체했어요. 화이트 쉬폰 커튼을 열고 있을 때나 닫고 있을 때나 좋은 것처럼 도자기 샹들리에 켜고 있을 때나 끄고 있을 때나 그 자체로도 분위기가 있어요.
누군가에 대한 미움과 원망, 반복되는 실망감, 자책감으로 마음은 숯검댕이가 되어 있었어요. 맨발로 산을 걸으며 발에서 느껴지는 통증보다 가슴의 상처가 더 컸어요. 그래서 더욱더 꾹 꾹 땅을 밟아가며 맨발로 걸었어요. 그렇게 하고 나면 가슴이 시원해졌어요. 살아갈 힘이 생기는 것 같았어요.
나를 위한 치료는 맨발 걷기였어요.
'산에 갔다 육아.'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처음 산에 갔다 오면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 지냈어요. 그러다, 손걸레 들고 집안을 닦고 커튼과 조명을 교체했어요. 덩달아 마음의 스위치도 ON 되었어요. 그리고 그토록 하고 싶었던 그림을 2023년 4월부터 다시 그리게 되었어요. 누군가 나를 향해 뭐라고 해도 흔들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무엇보다, 화실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좋았어요.
20대 처음 민성동 화가 선생님 화실에서 그림을 배우며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
그때처럼 지금 같은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삶이 퍽퍽했을 때, 먼지 쌓인 그림을 닦아내어 주방 벽에 걸어 놓았어요. 그림 하단에는 이렇게 싸인 되어 있어요. 'JI eun 2016'
주방을 오가며 생각했어요.
'아, 내가 그림을 그렸었지...'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될지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살아야 되다고요.
'산에 갔다 육아.'
2020년 9월 해야 할 것은 분명히 정하고 규칙적으로 살았어요. 그리고 2023년 4월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요.
지금도 매일 하는 것이 산에 갔다 육아예요. 그게 제가 할 일이니까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에너지를 채워요. 바로 화실에서 그림 그리는 시간이에요. 세상이 흔들어도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힘. 그게 바로 그림이에요.
산에 갔다 육아하며 그림 그리는 엄마,
오늘도책한잔 박기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