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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ni Jun May 24. 2018

관객과 함께한 10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마블이 보여준 영화의 미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10주년 기념작이자 최고의 하이라이트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지난 4월 드디어 실체를 드러냈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마블이 관객들과 함께 걸어왔듯이, 나의 10년 역시 마블과 함께 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속 비전의 대사처럼 2008년 ‘아이언맨’의 등장 이후, 스크린 안과 밖의 세상 모두 많은 것이 변하였다.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캐릭터들의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구축되었고, 연이은 성공에 힘입어 이는 곧 거대한 신드롬으로 자리 잡았다. 마블은 원작의 영화화를 넘어 거대한 프랜차이즈로서 기능하며 다양한 – 집 안을 마블 캐릭터 상품만으로도 채울 수 있을 정도의 – 콜라보 상품을 배출해내고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까지 제작하며 ‘원소스 멀티유즈(OSMU)’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마블이 이렇게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성공 전략은 영화 내부와 외부 양쪽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영화 내적으로는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설정이 관객의 마음을 좌우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는 비단 마블 영화 혹은 히어로 영화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와 특색 있는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의 적절한 사용은 영화에 대중성을 부여하는 가장 기본적이자 중요한 조건들이다. 마블 역시 다르지 않다. 마블의 실사영화들은 원작 팬들에 의해 1차적으로 검증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히어로물’은 21세기의 대중들에게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이미 익숙해진 장르이다. 때문에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를, 마블은 현실적이고 현대적으로 각색하여 제시했고 큰 호응을 얻어낼 수 있었다.


캐릭터도 마찬가지이다. 한때 빌런 소모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현재는 <어벤져스>의 ‘로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헬무트 제모’,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벌처’, 그리고 이번 <인피니티 워>에서 주인공 급의 면모를 보여준 ‘타노스’까지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빌런들을 탄생시켰다. 그들은 단순히 악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각자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며 ‘납득할만한’ 배경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가장 최근의 캐릭터인 타노스를 살펴보자면, 나는 절대 그를 빌런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물론 그는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없앴고 그 과정에서 많은 – 우리가 생각하기에 – 악행을 저질렀으나, 정작 그 스스로는 균형을 지키겠다는 일념 아래에서 악의 없이 구원 활동을 했던 것이다. 악의가 없다고 악행이 아닌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의 대사와 행동 – 예를 들어 가모라를 보내고 슬퍼하거나 자기 자신까지 핑거스냅의 대상으로 넣는 모습 – 을 통해 그가 가진 사상의 순수성을 강조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타노스’라는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대립이 아니라 목적과 목적의 대립이 마블의 캐릭터들에게 다른 곳과 다른 오묘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마블의 이러한 노력은 영화 외적인 성공 요인으로 이어진다.


헬무트 제모(좌), 벌처(우), 그리고 타노스


마블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장점은 바로 관객의 참여에 있다. 지난 10년간 마블은 우리 곁에서 그저 걷기만 한 게 아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관객과 소통해왔다. 영화를 보며 관객은 캐릭터의 고뇌를 공유하고 그들과 함께 고민하게 된다. 이는 영화관 밖까지 이어져 우리가 캐릭터와 영화에 대해 흥미를 잃지 않게 하고, 나아가 그들에 대한 정보를 직접 찾아보게 만든다. 이 과정 속에서 유튜브와 같은 1인 미디어 플랫폼에 마블 전문 리뷰어들이 등장 및 증가하게 되었는데, 이는 마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증가와 논의의 장이 형성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마블은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구조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영화 속에 다른 캐릭터를 암시하는 이스터에그를 숨겨놓아, 관객들이 그것을 발견하고 다음 영화를 기대하며 내용을 예측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시 말해 마블은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함에 있어, 영화 자체는 자신들이 만들지만 영화 간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연결점을 분석하고 공유된 세계관을 실제로 만드는 것은 관객들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관객을 그저 완성될 영화를 관람할 뿐인 일방적인 수용자에서, 다음 영화로의 여정을 함께 하는 보다 적극적인 행위자로 변모시켰다.


그렇다면 모든 영화가 마블처럼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만들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MCU의 성공 이후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 프로젝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아직 이렇다 할 큰 호평을 받은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특히 ‘다크 유니버스’는 2017년 <미이라>의 흥행 부진으로 인해 프로젝트 중단까지 됐었고, ‘DC 유니버스’는…….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세계관을 공유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관객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마니아 층을 만들기 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영화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관객과의 소통과 그들의 참여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영화라는 매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사기가 멈춰도 사라지지 않고 스크린 밖으로 나와 관객과 함께 걸어 나가야 한다. 마블의 성공은 우리에게 사람들을 움직이는 영화의 힘을 확인시켜 주었고, 영화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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