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도그마라는 오류
누군가 내게 말했다.
"너는 악마다."
고급 아파트에 사는 악마다.
사립학교에 다니는 악마다.
모자람 없이 살아온 악마다.
맞다. 모두가 맞는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악마다.
악마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니,
이 세상은 한참이 잘못되었다.
누가 악마이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
누구를 향해 손가락을 들이밀고,
누구를 오늘의 가십으로 삼아야 할지.
무정히도 모두가 뒤죽박죽 정반대였다.
가진 게 많다는 이유로,
배운 게 많다는 이유로.
평범한 노력가가 악마라고 멸시받는다.
어딘가 불쌍하다며,
사람이 다 그렇다며,
몰라서 그런 거라며,
좋은 게 좋은 거라며.
평범한 악마들은 손가락질조차 면제받는다.
왜?
그들은 '민'이고, 그것이 '민의'니까.
그것을 언더도그마라고 한다.
약자이기에 선할 것이고,
강자이기에 악할 것이라는 오류.
무엇이 진짜 죄인지 알 수 없게 되는 오류.
그 오류에 얼마나 많은 악마들이 면죄받는지.
얼마나 많은 당신들이 악마라 낙인찍히는지.
악마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니,
이 세상은 한참이 잘못되었다.
나와 같은 악마들이 너무나도 많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