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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ni Jun Aug 28. 2018

인터넷 프라이버시의 현주소, <서치>

정보의 아이러니를 활용한 두 가지의 스릴

영화 <서치>와 함께 나의 첫 브런치 무비 패스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미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큰 호평과 관심을 받은 작품이었기에 많은 기대를 안은 채 영화관에 들어섰고, 영화는 특유의 신선함과 스릴을 통해 그 기대를 만족 이상의 전율로 치환시켰다. 예고편에도 드러나 있듯이 영화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스크린이 구글이나 유튜브, SNS 등 사각의 모니터 안 화면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메신저와 영상통화를 통해 인물 간 대화를 제시하고 마우스 커서로 주인공의 시선을 표현하며, ‘카메라가 없는 바깥은 대체 어떻게 보여줄까?하는 의문에는 뉴스나 유튜브 영상, 그리고 CCTV를 활용하여 창의적으로 답했다. 이렇듯 영화가 일상 속 우리 주변에서 떼놓을 수 없는 화면들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현실감은 배가되고 관객들은 더욱 쉽게 몰입하게 된다.


이야기의 기본적인 흐름은 여타 범죄 스릴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얻게 되는 딸에 대한 이해와 관계의 회복’이라는 한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을 정도로 줄거리 자체는 익숙하고 일반적이다. 하지만 <서치>는 비슷한 줄거리를 공유하는 많은 범죄 추적 스릴러들과 차별화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바로 우리에게 친숙한 화면들로 구성된 관객 친화적인 영화라는 점이다. 일반인이 아닌 형사나 기타 특수요원들의 이야기도 아니거니와 딸의 실종을 배후에서 계획한 거대 조직이 등장하는 것 역시 아니지만, 영화 속 딸을 찾기 위한 ‘데이빗’의 행동 – 구글과 SNS 검색, CCTV 설치 등 – 은 관객들에게 익숙함 속에서 오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



‘인터넷 프라이버시’, 문자 그대로 인터넷 속 개인의 사적인 생활이나 정보를 의미한다. 21세기 정보사회인 오늘날, 정보의 가치는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개인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며, 광고나 추천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빅 데이터를 통한 대규모 정보 취합이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자신이 타인의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 역시 넘쳐나는 자신의 정보를 찾아내어 악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영화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활용하여 관객들에게 두 가지 의미의 스릴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영화 내적인 스릴로, 데이빗이 딸 ‘마고’를 찾는 과정 속에서 관객들이 느끼게 되는 긴장감을 의미한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사건과 그로 인해 발생한 부녀 사이의 감정의 골을 보여주었고, 이후 ‘로즈메리 형사’가 제시하는 자료들을 통해 마고의 연락두절을 비행 청소년의 가출인 것처럼 이끌어갔다. 그러나 데이빗의 조사로 더 많은 정보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단순 가출이 아닌 납치 사건으로, 나아가 살인 사건으로까지 변화하게 된다. 사건의 규모가 커지며 ‘마고 사건’은 인터넷상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인물들의 감정 또한 격해져,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긴장감도 함께 고조된다. 속도감 있는 (인터넷)창의 전환과 빈번해지는 영상통화, 그리고 계속해서 공개되는 새로운 정보들을 통해 <서치>는 새로운 형식 속에 기존 범죄 스릴러 영화의 긴장감을 표현해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서치>의 차별점은 관객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이를 통해 스토리에 현실감을 부여하여 스릴을 증가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스크린 밖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다른 의미의 긴장과 공포, 인터넷 프라이버시 침해에 관한 공포를 영화관을 나서서까지 잃지 않게끔 하고 있다. 영화는 사건이 무사히 해결되고 부녀 관계가 회복되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이 해피엔딩에는 커다란 아이러니가 숨어있다. 어떻게 사건이 해결될 수 있었는가? 가출로, 납치로, 살인 – 잘못된 범인 지목 – 으로 종결될 수 있었던 사건의 진실이 어떻게 드러날 수 있었는가? 물론 그것은 데이빗이 열심히 검색하고 조사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자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 성공할 정도로 타인의 개인정보로의 접근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마고의 수색 과정에서 데이빗은 딸과 그의 친구들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딸의 SNS 계정에 접속을 시도한다. 처음에는 로그인에 실패했지만, 비밀번호 재설정 메일의 연쇄를 통해 하나의 계정만으로 모든 포털 사이트와 SNS, 은행 계좌까지 로그인에 성공하며, 일정량의 금액과 해당 인물의 이름만을 가지고 딸 친구들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아냈다. 이와 함께 페이스북의 위치정보를 통해 사람들을 찾아가고 스트리밍 사이트의 방송 영상을 통해 딸의 행적을 좇으며, 데이빗은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 내에서 페이스북과 함께 구글 역시 정보의 총본산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그 인물을 구글에 검색하여 관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검색창에 이름이나 아이디를 적는 것만으로 인터넷상 개인의 모든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것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설정이 아니다. 전자 공간에서의 우리의 발자취가 너무나도 간단하게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기록되고 모든 것이 정보가 되는 현대 사회에서 빅 데이터는 위 포스터의 화면을 뚫고 나온 마우스 커서들처럼 우리들을 쫓아오고 있다. 이 커서들은 떨어지는 그를 잡기 위해 누군가가 내민 손일 수도 있으며 반대로 그를 떨어트린 화살촉일 수도 있다. 인터넷 속 나의 정보가 나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이 되지 않을지, <서치>는 관객들로 하여금 인터넷 프라이버시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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