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시팅하기 전의 설렘
펫시팅 예약이 들어오면 앱 상에 내가 돌보게 될 아이에 대한 정보가 뜬다. 어떻게 생긴 아이인지, 몇살인지, 성격은 어떤지, 특별한 주의 사항이 있는지를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된다. 겁이 많거나 입질이 있는 아이의 경우 터치를 최소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의 사진을 보며 어떤 성향의 아이일지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만나서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를 천천히 생각해본다. 누군가를 소개 받고 실제로 만나기 전, 사진을 보며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상상할 때 느낄 법한 기대감과도 비슷한 것 같다.
지난 주말에는 같은 아이에 대한 예약이 하루에 2건 있었다. 이른 오전 산책과 저녁 산책 예약이었다. 항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같은 선생님과 꾸준하게 만나는게 아이한테도 더 좋은 것처럼, 펫시터 입장에서도 한 아이를 정기적으로 돌보게 되면 친밀감도 더 높아지고 더 편안하게 펫시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래서 나의 반려견도 1년 넘게 한 분께만 펫시팅을 맡기고 있다. 어쨌든, 이렇게 같은 아이를 아침 저녁으로 만나게 된다니 뭔가 더욱 설레는 기분이었다.
흰색, 갈색, 검정색과 점박이 무늬가 있는, 닥스훈트와 미니핀 중간쯤의 외모를 가진 작은 아이였다. 서있지만 끝이 반쯤 접힌 두 귀는 아이가 걸을 때마다 옆에서 팔랑거렸다. 어느새 초록색으로 올라온 잔디 위를 리듬감있게 걸었다. 흩날리는 귀를 보며 괜히 나도 더 신나는, 기분 좋은 아침 산책이었다. 조금 걷다보니 아이는 잔디 위에서 똥을 쌌는데, 아주 당차게 뒷발질을 하면서 자신의 똥들도 다 멀리멀리 차버렸다. 배변을 한 후 발차기를 하는 아이들은 많이 봤는데, 이렇게 똥을 사방으로 날려버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프로 펫시터로서 나는 긴 풀들 사이사이 숨어들어간 똥들을 다 찾아 주워옴으로써 똥들에 대한 책임감을 다했다. 벗꽃잎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날리는 가운데 열심히 똥을 찾아다니는, 봄날의 묘한 도그워킹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물을 갈아주고 보호자님이 안내해주신대로 사료를 급여했다. 아이는 이제 내 존재가 편안한지 배를 뒤집어까고 본인을 만지라며 온갖 애교를 부렸다. 잠시 손을 떼면 안 만지고 뭐하냐는 눈빛으로 눈치를 준다. 개들이란 이렇다. 한없이 사람을 좋아해준다. 그것이 비록 처음 본 낯선 도그워커라도. 약속한 한 시간이 지나고 나는 아이를 진정시킨 후 차분하게 "좀 이따 또 올께~!" 인사를 하고 집을 나왔다. 펫시팅으로 한 시간을 걸었지만 아직 시간은 아침 9시. 집으로 돌아가는 5분 동안의 거리가 너무나 상쾌하게 느껴졌다.
난 거의 매일 아침을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먹는다. 이날은 아보카도를 올린 깜빠뉴에 베이컨, 그리고 커피였다. 아침을 먹고 집을 청소하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던 오후쯤 핸드폰에 알림이 울렸다. 저녁 산책 예약을 보호자가 취소했다는 것. 아! 시원섭섭함이라는 게 이런걸까? 저녁 시간이 자유로워졌으니 좋으면서도, 아까 아이한테 이따 또 보자고 말했는데 약속을 못 지키게 된 것이 너무 미안하고 또 나 나름대로는 서운했다. 한번 보고 끝이라는 걸 알았으면 아까 더 많이 만져주고 예뻐해줄껄. 그렇지만 이런 내 기분도 금방 다시 좋아졌다.
왜냐하면 산책 시간이 임박해서 (취소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예약을 취소하는건 거의 단 하나의 이유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인이 계획보다 집에 일찍 돌아오게 되었을 때. 나도 예상보다 일찍 퇴근하게 되어 내가 직접 아이를 산책해줄 수 있을 때 펫시팅 예약을 취소했던 적이 종종 있다. 엄마가 일찍 귀가하면 아이가 얼마나 좋아할지 상상했더니 나의 섭섭함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아무리 개들이 낯선 사람들까지 좋아해준다 해도 보호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